이 기사는 2023년 12월 26일 15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 데뷔한 SK온이 내년 초 재차 발행에 도전한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KB국민은행의 지원을 받아 조달에 나선다. 아직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의 보증을 받아 신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처음으로 한국물을 발행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시장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 전기차 수요를 놓고 엇갈리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기지는 물론 미국에서 현대자동차, 포드와 함께 합작공장 설립에 한창이다.

◇KB국민은행 '한번 더' 보증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다음달 중순을 목표로 한국물 발행을 준비 중이다. 정확한 조달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최소 5억달러(약 6500억원) 이상을 점치고 있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된 SK온은 올해 5월 처음으로 한국물 발행에 나섰다. 원화채보다 외화채를 먼저 택했다. 수요예측에서 50억달러가 넘는 주문이 몰린 끝에 3년 만기로 9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유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한 차례 성공 경험이 쌓인 만큼 발행 전략도 이 때와 유사하게 가져가기로 했다. 눈에 띄는 점이 국민은행이 재차 보증에 나선다는 것이다. SK온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한 적자 회사다. 올해 3분기까지 연결 기준 10조 넘는 매출을 나타냈지만 여전히 5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적자가 7347억원이었으니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다.

수익성 흐름과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를 위한 차입을 고려할 때 양호한 수준의 글로벌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평이 우세하다. 반면 보증을 제공하는 KB국민은행은 무디스로부터 'Aa3', S&P로부터 'A+', 피치로부터 'A' 등급 평가를 받고 있다. 모두 투자적격 등급에 해당한다. IB업계 관계자는 "SK온의 현재 재무상태로는 IG(투자적격) 채권으로 평가 받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보증을 받아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주관사단도 지난번과 유사하게 꾸렸다. 미국계와 유럽계는 물론 일본계 증권사까지 고르게 배치했다. BNP파리바, 크레디아그리콜, HSBC, JP모간, MUFG증권, 스탠다드차타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5월 발행에 참여한 곳이다.

KB국민은행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만큼 IR(Investor Relations)도 해외 투자자를 직접 만나 회사를 알리기보다 컨퍼런스콜 형태로 진행할 전망이다. 아시아와 유럽 지역 투자자와 소통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CAPEX 7조 넘을 전망

SK온은 올해 초까지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주된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을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해 1조원 넘는 투자금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5월에는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추가로 1조원을 모았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올해 초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마친 바 있어 ECM(주식자본시장)에서 5조원 가까운 자금을 마련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DCM(부채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5월 9억달러 유로본드를 시작으로 10월에는 국내 회사채 시장에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2년물 800억원, 3년물 1200억원으로 총 2000억원 발행을 목표로 했다.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을 목표로 했지만 2년물에서 미매각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2년물 650억원, 3년물 1350억원으로 발행액을 조정했다. 국내에서는 3대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A+,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보유하고 있다.

SK온은 중국과 헝가리에서 운영 중인 자체 공장 증설은 물론 미국에서 현대차·포드와 설립한 합작법인 투자를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포드와 세운 블루오벌SK는 2021년 10조2000억원을 들여 미국 테네시와 켄터키에 3개의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 조지아에 짓는 합작공장도 6조5000억원 규모 공동 투자가 예정돼있다.



이로 인해 CAPEX(자본적지출)도 매년 증가세가 뚜렷하다. 2021년 분할 후 1조원에 못 미쳤던 CAPEX는 지난해 5조원에 육박하더니 올해 3분기까지 6조786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CAPEX는 7조원을 넘어 8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매년 7조원 가량의 CAPEX가 예정된 만큼 한국물 시장에서 조 단위 조달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