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리뷰]현대차, 아무리 생각해도 '수소'밖에 답이 없다2년 만에 찾은 CES에서 '수소' 외친 까닭…"안하면 뺏겨"
조은아 기자공개 2024-01-18 09:18:1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16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전시회에서도 수소는 꺼내기 쉬운 주제는 아니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아 재미가 없다. 전시하기도,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CES에서도 어느 정도 재확인됐다.CES 2024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전시는 전자 중심의 센트럴홀, 그리고 모빌리티 중심의 웨스트홀 두 곳에서 이뤄졌다. 걸어서 15분 거리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두 곳의 분위기는 거리만큼이나 동떨어져 있었다.
센트럴홀이 마치 놀이동산같았다면 웨스트홀은 말그대로 전시장같았다. 웨스트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현대차 부스는 외벽으로 둘러싸여 밖에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도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전시물 대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수소 공장 모형, 그리고 미디어 테이블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2년 만에 돌아온 CES에서 수소를 꺼내들었다. CES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다. 이름엔 가전이 붙었지만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에게도 기술력을 과시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가장 큰 무대로 쓰인다.
예컨대 2년 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당시 현대차는 궁극적인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이번에 단순 수소차를 넘어 그룹 차원의 수소 전략을 발표했다. 각 계열사의 역량을 종합해 수소의 생산, 저장 및 운송, 활용 등 모든 단계에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이 각각의 영역에서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가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수소를 낙점한 이유는 간단하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과 그룹의 중추인 완성차 사업, 계열사간 시너지 등 여러 요소들의 교집합을 산출한 결과가 수소였다. 아직 시장 주도권을 꽉 쥐고 있는 최강자가 없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미래 친환경 에너지의 정답이 바로 수소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 사장은 CES 2024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의 한계성 등을 봤을 때 수소는 광물에 대한 의존도 또 지역적 편중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함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는 핵심광물이 다수 필요하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인데 매장량이 한정돼 있는 데다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자연스럽게 몸값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면 수소의 경우 일상 쓰레기나 폐플라스틱 그리고 태양광·풍력·수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수전해로 분해해 만들 수 있다.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확신 역시 한몫했다. 장 사장은 "수요가 활성화된다면 사실 배터리 못지않은 급속한 수요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그래서 현대차가 그룹사와 같이 힘을 합해 전체적으로 수요를 증진하는 트리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년 전 배터리 전기차가 이렇게 될 지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회의가 있었지만 이제 와서 보면 준비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자신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수소에 대한 현대차의 관심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8년 수소전기 연료 개발을 시작으로 2006년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를 독자 개발해냈다. 수소에 대한 그룹 차원의 프로젝트는 이미 진행되고 있던 '장기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물론 쉽지는 않은 길이다. 수소 인프라 구축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기술 개발 역시 기대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완성차회사 대부분은 수소차(수소승용차)에 투자하지 않는다. 폭스바겐은 일찌감치 수소차에 미래가 없다며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벤츠, BMW, 아우디 등도 수소차 출시 계획이 없다.
장 사장 역시 수소 사업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는 '사명감'이라는 말로 모든 이유를 설명했다. 장 사장은 "'저거 언제 되나'하는 부분이지만 언젠가는 돼야한다"며 "생각보다 빨리 될 수도 있고 우리가 안하면 누군가 하며, 누군가 할 때는 이미 뺏겨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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