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경제 정책 구원투수 LH]PF 사태에 역할 부각, 재무위험기관 해제 '선결과제'③부채총계 중 임대주택 비중 60%, 신규 출자·출연 허용돼야

전기룡 기자공개 2024-01-19 08:16:57

[편집자주]

정부는 국가적 경제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적극 활용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목적으로 LH를 통해 토지개발채권을 발행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정상화 업무를 맡겼다. 다만 짊어진 역할이 늘어날수록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더벨은 LH가 수행해온 역할과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짊어진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은 물론 임대차시장의 안정화에도 기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등록임대사업자의 소형·저가주택과 구축 다세대·다가구주택를 매입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됐다.

문제는 LH가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돼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는데 있다. 정부가 부여한 중책들을 수행하다 보면 재무적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LH에게 중책을 맡기기에 앞서 제도적 장치가 선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주거지원 업무 수행, 구축·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주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LH에게 부동산 PF의 연착륙과 함께 주거지원 업무를 맡겼다. 역전세와 전세사기로 임대차시장에서의 리스크가 확대되자 LH를 적임자로 봤다. 그간 LH가 쌓아온 임대사업 포트폴리오를 높이 평가한 셈이다.

먼저 역전세 위험이 높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임차인 보호에 나섰다. 이를 위해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소형·저가주택을 LH나 지역주택도시공사에 양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아파트를 제외한 전용면적 60㎡ 이하, 취득가액 2억(지방)~3억원(수도권)이 매입 대상이다.

구축 다세대·다가구주택을 매입할 의무도 부여했다. 올해 LH 등에서 사들여야 하는 구축·다세대·다가구주택 규모는 1만가구를 상회한다. LH는 과거 집값이 급격히 떨어졌던 시기에도 총 세 차례에 걸쳐 한계차주(하우스푸어) 주택 1070가구를 매입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했을 때도 정부는 또 다시 LH 카드를 꺼냈다. LH에게 전세사기특별법에 의거해 우선매수권을 토대로 피해주택을 매입하라고 지시했다. 최근에는 신속한 문제해결을 위해 LH가 피해주택을 감정가로 매입하고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라는 안도 내놓았다.

다만 LH는 늘어난 역할에도 수익성을 보전받지 못했다. 정부가 공공임대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LH에게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동결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LH의 2022년도 손익계산서 기준으로 매출액 19조6263억원 가운데 18.8%(3조6940억원)가 공공임대 관련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공공임대는 상당한 매출비중에도 '주거복지'의 성격이 강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든 영역이다. 노후화된 임대주택들에서 발생한 감가상각으로 인해 매출원가(5조7906억원)가 매출액을 상회할 수밖에 없다. 정부 보조금이 매년 유입되지만 영업손실을 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도적 장치 없이는 공염불 그칠 수도

공공임대를 포함한 임대주택들은 LH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2022년도 말 기준 임대주택에서 인식된 부채만 88조6000여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부채총계인 146조6172억원의 약 6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장기임대보증금과 같은 비유동부채의 비중이 컸다.

LH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상태다. 지난해 말 발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는 임대주택에 대한 리스크가 회피 불가능하다는 점과 노후화되는 특성으로 인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문제는 정책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정부가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했다는데 있다. 기획재정부는 평가점수 20점 만점에 14점 미만이거나 부채비율이 200%를 상회할 경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한다. LH의 지난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219.8%다. 후자의 이유로 재무위험기관에 선정됐다.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6개월 단위로 재무 상태를 점검 받아야 한다. 부동산 PF 연착륙과 주거지원 안정화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부채비율을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3기 신도시도 본격화됐다. 재무위험기관에서 해제돼야 온전히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할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재무위험기관 해제와 함께 '제1차 LH 혁신방안'으로 신규 출자와 출연이 제한된 점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현재 PF 사업장을 시작으로 등록임대사업자의 소형·저가주택, 전세사기 피해주택 등을 매입해야 한다. 지난해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조원에 육박하지만 선제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LH를 재무위험기관에서 제외하거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 또는 손실에 대한 보전 등이 마련돼야 한다"며 "추가 대책 없이 LH에 구원투수 역할을 주문한 이번 정책발표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