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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은 지금]유동성 전략 고심, '내실과 미래' 동시에 잡는다③여윳돈 쌓기보다 투자 기조, 재무 조직 개편 통한 건전성 고삐

정유현 기자공개 2024-01-26 07:41:34

[편집자주]

'분수에 만족해 복을 기르고,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 기를 기르고, 낭비를 삼가해 재물을 불린다'는 의미를 담은 '삼양훈'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을 지탱하는 창업 정신의 뿌리다. 도전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경영철학을 현대적으로 재정립해 계승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는 삼양그룹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성장 전략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9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 유동성 확보다"

최근 삼양그룹 재무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캐시 플로(cash flow·현금 흐름)'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지난해부터 공식적인 석상이나 신년사를 통해 현금 유동성 확보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역량 강화와 스페셜티(고부가기능 소재) 사업에서 보폭을 넓히기 위해 더 많은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정기 인사를 통해 장남인 김건호 사장에게 그룹 경영 지휘봉을 넘겼다. 전략총괄직을 신설하고 그룹의 재무와 성장전략에 대한 책임을 맡긴 것은 현금 흐름 중심 경영 기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되 내실도 다지면서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 CAPEX 투자로 소진, M&A 통한 역량 강화 속도전 돌입

삼양그룹은 2025년까지 매출 5조7000억원, 세전이익 5000억원 달성의 목표를 내세웠다. 세부적으로는 글로벌 매출 비중 24%, 스페셜티 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35%를 내는 것이 골자다. 빠르게 비전에 도달하기 위해서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동시에 M&A(인수합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삼양바이오팜을 통해 2017년 10월 의료용 합성화학품 제조업체 메디켐을 20억원에 인수했고 같은해 삼양사가 코스닥 상장사 KCI의 지분 44.2%를 709억원에 확보했다. 삼양사는 베트남에서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제조업체 삼양EP베트남을 156억원을 들여 설립,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2018년 1월 KCI는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오엔오케미칼의 잔여 지분 51%를 취득한 후 흡수 합병을 추진했다. 삼양홀딩스의 엔씨켐, 씨티케미칼 인수 등도 진행했다. 이후 자회사들을 쪼개고 합병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계열 구도를 형성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양홀딩스는 유럽 헝가리에 수술용 녹는 실 '생분해성 봉합사' 공장을 준공했다.


삼양홀딩스가 적극적인 CAPEX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은 그룹의 알짜배기 사업을 통해 현금이 돌기 때문이다. 삼양홀딩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18년 875억원 수준에서 2022년 2400억원을 넘어섰다. 2022년 957억원으로 줄었지만 작년 3분기 2074억원으로 확대됐다. 주요 자회사의 업황과 수익성이 개선된 덕분이었다.

◇FCF 흐름따라 회사채 발행, 재무 건정성 제고 위해 조직 개편 추진

삼양그룹은 영업 재원을 투자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영업에서 발생한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지 않고 CAPEX 투자에 소진한 영향에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2018년부터의 삼양홀딩스의 FCF를 살펴보면 2018년 -925억원, 2019년 -3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흐름으로 CAPEX를 대응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2020년 595억원을 기록하며 여윳돈 곳간이 다시 채워졌으나 2021년 105억원으로 줄었고 2022년에는 -860억원대로 내려왔다. 2023년 3분기 말 자회사의 수익성 개선 등의 영향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 규모가 확대된 영향으로 FCF도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내부 현금 흐름이 막힐 때면 외부 조달도 활용했다. FCF가 마이너스였던 2019년 2019년 5월, 5년 물로 11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또 투자했다. FCF가 2022년 다시 순유출로 전환됐고 지난해 하반기 회복됐으나 또 한번 자본시장 통로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미국 스페셜티 소재 기업 버든트 인수에 3300억원을 투입하기 위해서였다. 2023년 11월 4년 전보다 짧은 만기로 19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글로벌 역량 강화에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외연 확장 속에서도 그룹의 전통인 내실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서 재무 부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효율적인 자본 배치, 운전자본 최소화, 추가 조달 전략 등에 고민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략 총괄을 신설해 김건호 사장에게 맡기고 IC와 재경기획PU를 산하에 구성했다.

전략총괄이 일종의 컨트롤 타워라면 IC와 재경기획PU는 세분화된 부문단위 조직으로 보인다. IC에는 삼양패키징 재무PU장 등을 역임한 윤석환 실장을 앉혔고 재경기획PU는 삼양사의 곳간지기였던 김현미 전 CFO를 선임했다. 김건호 사장이 CFO의 역할을 맡고 김 재경기획PU가 실무를 챙기며 그룹의 재무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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