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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SDV 전환]피할 수 없는 성장통, R&D 조직 확 바꿨다②자체 OS 개발 중…2026년 양산차 적용 목표

조은아 기자공개 2024-02-01 07:41:08

[편집자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을 뜻하는 'SDV'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용어다. 이를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선 건 물론 자동차 개발이나 생산도 SDV에 최적화된 체계로 뜯어고치고 있다. 현대차 역시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만 해도 여러 차례 "늦었다"고 언급하면서 한층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더벨이 현대차의 SDV 전환 로드맵과 진행상항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09: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장통일까. 현대차그룹이 SDV(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연구개발(R&D) 조직 역시 내홍을 겪고 있다. 반 년 동안 무려 두 차례나 큰 폭의 조직개편이 있었다.

자동차 회사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면서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다만 변화를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역시 큰 틀에선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문제 있으면 반 년 만에 또 바꾼다, 정의선 회장의 결단

현대차·기아의 연구개발본부는 그룹의 비약적 성장을 묵묵히 뒷받침해온 사실상의 주인공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1999년 회장 직속 기구로 통합 연구개발본부를 발족했다. 이후 크고 작은 변화는 있었지만 사장~부회장급 수장 아래 부문별 조직이 수평적으로 놓여있던 구조는 오랜 기간 지속됐다.

그러던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까지 R&D 조직에 두 차례나 칼을 댔다. 지난해 6월 기존 연구개발본부장이었던 박정국 사장이 물러난 자리를 김용화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채웠으나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올초 다시 송창현 사장과 양희원 사장의 투톱 체제가 됐다. 송창현 사장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고 양희원 사장은 전통 R&D 영역 즉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한다.

이번 R&D 조직개편의 핵심은 단일 리더십 확보, 그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에 있다. 그동안은 송창현 사장이 포티투닷과 SDV본부 등 2개의 소프트웨어 조직을 거느렸고 김용화 사장이 남양연구소 내 소프트웨어 조직과 하드웨어 조직을 모두 거느렸다. 앞으로는 송창현 사장이 남양연구소 소프트웨어 조직까지 더해 모두 3개의 소프트웨어 조직을 거느리게 된다.

큰 폭의 변화에는 부작용과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기존 CTO였던 김용화 사장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쪽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기존 수장들과 달랐지만 큰 틀에선 자동차 업계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는 미국 포드에서 근무하다 2015년 현대차로 영입됐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정통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송창현 사장은 2021년 현대차에 합류해 만 3년도 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순혈주의가 강한 현대차 내부에선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다른 곳도 아닌 거대 연구개발 조직을 이끄는 데 대한 반발이 있는 건 어느 정도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개발 방식부터 '스마트폰처럼'…디커플링 필요한 이유

충분히 예상됐던 반발에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유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을 분리, 즉 '디커플링'해야 SDV 전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까지 차는 하드웨어 개발 주기에 소프트웨어가 무조건 맞춰야 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장점이나 특성이 전혀 활용되지 못했다. 신차를 출시하는데 이미 3년 전에 나온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함께 시장에 나오곤 했다.

앞으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 어느 한쪽이 하향 평준화되지 않도록 개발 프로세스를 나눠 각각의 특성과 장점을 살릴 수 있게 된다. 이미 디커플링 방식이 성공적으로 안착된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그 장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존 피처폰 시절에는 휴대폰을 먼저 설계한 뒤 거기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휴대폰을 바꿔야 새로운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엔 기계를 바꾸지 않아도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앱 설치 등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 누릴 수 있다.

송창현 현대차 사장이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4'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2025년 SDV 플랫폼 개발 완료, 2026년 양산 목표

현대차는 2025년 SDV 플랫폼 개발을 완료해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차량에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당초 2025년부터 전 차종을 SDV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1년 정도는 늦어졌다.

SDV 플랫폼 개발을 위해선 SDV 전기·전자 아키텍처 그리고 SDV 운영체제(OS) 개발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두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중이다. 특히 핵심은 자체 OS 개발이다. 앞으로 자체 데이터를 확보해야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지속적 업데이트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이 공개적으로 "늦었다"며 다소 질책에 가까운 발언을 했지만 사실 테슬라 정도를 제외하고는 현대차가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 건 아니라는 게 관련 업계의 생각이다.

올 초 열렸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이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SDV 전환을 위한 SDV 전기·전자 아키텍처, 고성능 컴퓨터(HPVC), 인공지능(AI)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기술 등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현재 개발 중인 자체 OS의 방향성도 소개했다.

반면 CES 2024에 미국 빅3인 GM, 포드, 스텔란티스 그리고 일본의 토요타는 모두 불참했다. 세 회사들 모두 SDV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외부에 보여줄 만한 성과를 뚜렷하게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참가한 메르세데스-벤츠나 폭스바겐 역시 SDV의 일부인 AI 기반의 차량용 음성 비서 등을 선보이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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