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DV 전환]자동차 회사들이 '소프트웨어' 외치는 이유①'바퀴 달린 컴퓨터' SDV…현대차 "뒤처졌다" 자체 진단 이후 속도전
조은아 기자공개 2024-01-31 10:53:33
[편집자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을 뜻하는 'SDV'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용어다. 이를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선 건 물론 자동차 개발이나 생산도 SDV에 최적화된 체계로 뜯어고치고 있다. 현대차 역시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만 해도 여러 차례 "늦었다"고 언급하면서 한층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더벨이 현대차의 SDV 전환 로드맵과 진행상항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면이 있지만 열심히 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다소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일지라도 건강한 체질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현대차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 속에서 자화자찬만 이어져도 충분하건만 오히려 '뒤처졌다'는 뼈아픈 말로 자축을 대신했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가 어느덧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현대차 역시 SDV 전환을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사들이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현대차는 몸통격인 전동화와 두뇌격인 SDV 전환에 오히려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현대차, SDV 전환에 속도내는 이유
자동차 회사들 사이에서 SDV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18년부터 업계를 중심으로 SDV라는 용어가 조금씩 통용되기 시작해 2021년쯤 처음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기존 자동차가 디자인이나 내구성 등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성능은 물론 감성이나 브랜드 정체성까지 규정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반 년이 조금 넘는 시간 사이 R&D(연구개발) 조직을 두 차례나 개편했다. 정 회장의 표현 그대로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현대차는 그룹 차원의 수소 밸류체인 확대와 함께 SDV 전환을 과제로 제시했다. 수소 밸류체인 확대가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라는 사명감에서 비롯됐다면 SDV는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일"로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왜 지금일까. 축하 분위기가 한창이어야 할 지금 정 회장이 채찍질에 나선 건 지금 놓치면 영영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엔 역대급 실적이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든 면에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SDV는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차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바퀴 달린 컴퓨터'다. 차량 안팎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 처리해 최신의 사용자 경험을 업데이트해준다.
예를 들면 카메라 등 첨단 센서로 도로에서의 장애물이나 잠재적 위험을 감지해 사고를 예방해 안전성을 높이고, 운전 패턴을 최적화함으로써 연비도 개선할 수 있다.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출퇴근길 자율주행으로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능을 예로 들 수 있다.
◇락인 효과 누리고 데이터도 확보
자동차 회사들이 SDV 전환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고객 확보에 있다. 기존에는 차를 팔기만하면 고객과의 접점이 거의 끝났지만 SDV는 차를 인도하는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업데이트처럼 자동차가 최신 기능을 계속 갖출 수 있다면 고객은 차를 바꾸지 않고도 신차를 산 것과 유사한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며 "이른바 락인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락인 효과란 어떤 기술이나 제품 혹은 플랫폼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립함으로써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애플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애플 전자기기는 자체 운영체제(OS)의 폐쇄성이 커 아이폰 사용자가 애플워치, 맥북, 태블릿을 함께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SDV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놓칠 수 없다. 실제 테슬라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데 테슬라는 '자동차 업종을 넘어서는 높은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 완성차와 달리 하나의 OS로 차량 전체를 제어한다. 자연스럽게 제조 원가가 낮아졌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는 제조원가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는 데이터 확보에 있다.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 니즈를 파악하게 되면 이에 맞게 차량 성능을 빨리 개선할 수 있다. 고객 분석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 역시 발굴할 수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2020년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했다. 카리아드에 2026년까지 300억유로(약 40조원)을 투자하고 직원도 1만명 채용하기로 했다. 도요타도 2018년 소프트웨어 자회사 '우븐프랫닛홀딩스'를 설립해 자체 OS를 개발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차량용 소프트웨어 ‘얼티파이’를 개발 중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조은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톱티어 부족한 '비은행'…전략 마련 고심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제2의 '베트남' 찾을 수 있을까
- 미국 증권사 인수한 한화생명…자산운용 시너지 겨냥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높은 주가 상승률…'의지'가 '타이밍'을 만나면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불리한 출발선…'내실'은 챙겼다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연착륙' 끝났다…'연말 인사'에 쏠리는 시선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후반전 시작, 남은 과제는
- [금융지주 밸류업 비교]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균형점은
- [금융지주 밸류업 비교]'결과'로 말한다, 달랐던 시장 반응
- [한화 금융 계열사는 지금]한화생명, 본업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이상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