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8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증권이요? 몸집은 커졌는데 크게 위협적이진 않아요. 금융지주 산하에 있으면 투자은행(IB) 파트를 크게 키웠을 법도 한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죠. 올해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두고 봐야죠."타 증권사 IB는 하나증권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 평이 박할 수 있지만 경쟁자로는 생각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 상위권에 위치한 증권사나 국내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중에서도 전통 IB가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산관리(WM)나 세일즈앤트레이딩(S&T)이 안정적으로 성장한 것에 비하면 전통 IB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던 탓이다.
그간 전통 IB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다는 점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인지하고 반성문을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회사채 등을 다루는 부채자본시장(DCM)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했던만큼 커버리지, 즉 기업금융 쪽 조직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NH·삼성·이베스트증권 출신인 김현호 상무를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과거 전통 IB에 소홀했던 것은 목표가 수익성 극대화에 있었던 탓이다. 사실 기업이 돈버는 게 우선순위인 것은 당연하다. 기업금융 파트가 품이 많이 들고 단기간 내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웠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대신 단기간 내 수익을 낼 수 있는 쪽에 집중하다보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대체투자에 쏠렸고 금리인상기에 손실이 컸다.
그간 전통 IB 중에서도 주식자본시장(ECM), 특히 IPO에 집중했던 것도 DCM보다 돈이 더 잘 벌린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상장 주관수수료 뿐 아니라 자기자본(PI)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것도 사실이다. 그 덕에 IPO쪽은 국내 증권사 중 '상위 5위' 안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다.
하지만 ECM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상증자는 관심 밖이었다. 유상증자는 대기업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로 기업금융이 강하지 않으면 진입하기 쉽지 않다. 근본적으로 IPO만 잘해가지고는 키울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결국엔 돈이 안 되더라도 DCM을 잘 다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나증권은 전열을 가다듬고 변화를 시작했다. 정영균 IB그룹장 영입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IB그룹 개편을 진행했고 기업금융본부장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목표도 새롭게 세웠다. 그간 수익성이 제1목표였다면 이제는 오랜기간 지속가능한 성과를 낼 기반을 만들기로 했다.
하나증권은 외부에서 봤을 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든든한 모회사와 은행과의 협업구조, 6조원에 달하는 자기자본, 양질의 인적자원 등 저력이 있는 회사다. 올해 만나는 하나증권 취재원마다 IB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올해는 하나증권의 꿈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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