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3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핵심 먹거리로 삼던 다수의 중소형 증권사 영업이익이 여전히 주춤한 것을 감안하면 상반된 수익성 흐름이다. 2010년대 후반 임태순 대표이사(부회장) 부임 후 채권 운용과 비상장 기업 투자에 공을 들인 게 지난해 성과로 드러났다.

◇'보수적' 채권 운용 전략 고수

29일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2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022년 48억원의 영업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5166억원으로 전년 5530억원 대비 7% 줄었음에도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수익의 대부분은 금융상품 평가 및 처분 이익에서 발생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2993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60%에 달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와 다르게 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지 않다. IB(기업금융) 전문 증권사를 표방하는 만큼 투자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채권 운용이 크게 기여했다. 2023년 초 글로벌 기준금리 안정화 기대감으로 인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상반기 운용 여건이 크게 나아진 효과를 봤다. 하지만 하반기 다시 시장금리가 상승할 때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채권 운용에서 안정적 전략을 수립해 시장금리 하락기와 상승기에 큰 수익 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채권 투자는 통상 시장금리가 하락할 때 많은 돈을 벌고 상승기에는 손실을 보는데 오히려 금리가 하락할 때 많은 돈을 버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회사가 세운 운용 전략에 위배되는 의사결정을 내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 주식 투자도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과거 투자해둔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기업 제이오, 고기능성 플라스틱 시트 기업 진영, 소프트웨어 검증 기업 슈어소프트테크가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이익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제이오의 경우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활용해 2021년 말 투자했다. 주당 약 9000원에 투자했는데 작년 2월 1만3000원에 상장한 뒤 지금도 2만6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의 평가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대표 부임 후 M&A 역량 이식

비상장 주식 투자는 2016년 케이프가 옛 LIG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시작됐다. 이 무렵 M&A(인수·합병) 전문가로 평가 받던 임태순 대표(사진)가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PEF(사모펀드) 분야를 강화했다.

임 대표는 김종호 케이프 회장이 케이프인베스트먼트 설립과 케이프투자증권 M&A를 위해 2015년 영입한 인물이다. 1969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권성문 전 KTB투자증권 회장이 1995년 창업한 미래와사람에서 KTB투자증권 인수를 이끌며 M&A 경력을 본격화했다. 팬텍앤큐리텔, 한국토지신탁 인수도 대표적인 트랙레코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인수 이듬해인 2017년 신기술사업금융업(신기사) 등록을 마치며 비상장 기업 투자를 준비했다. 발전 가능성이 큰 기업에 미리 투자하기 위해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다.

제도를 바꾼 뒤에는 장기 투자 문화 정착에 나섰다. 1년 단위로 단기 성과 평가를 실시하면 오랜 기간 투자할 수 없으니 2~3년 이후 수익이 기대되는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평가 구조를 바꿨다. 지난해 수익성을 높인 포트폴리오도 대부분 2020~2021년 사이 투자한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