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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임원의 '중책', 레이블 관리⑬ C레벨 임원, 레이블 등기이사 겸직 사례 '다수'…레이블 관리·시너지 목적

이지혜 기자공개 2024-05-30 10:51:35

[편집자주]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영권 탈취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멀티 레이블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8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는 사실상 하이브그룹의 지주사라고 할 수 있다. 방시혁 이사회 의장이 하이브 지분을 직접 보유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하이브는 레이블을 포함해 60여곳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이브는 특히 레이블에 공을 들이는데 지분은 물론 이사회까지 장악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레이블에 대한 하이브의 영향력은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창업자 등 레이블 경영진을 견제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이들과 시너지를 내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본사 소속 주요 임직원에게 레이블 관리를 맡기고 있다.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이 대표적이다. 적게는 한두곳에서부터 많게는 9곳에 이르기까지 하이브는 주요 임직원에게 레이블의 이사나 감사직을 겸직하도록 했다.

◇본사 임직원, 레이블 이사회 '곳곳에'

28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31일 열리는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 올리기 위해 어도어의 새 사내이사진 명단을 구성했다. 명단은 하이브의 C레벨 임원으로 채워졌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신규 사내이사로 하이브 소속의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추천하기로 했다.

하이브 C레벨 임원이 어도어 사내이사를 겸직할 수 있다는 것은 상징성이 큰 일이다. 하이브는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8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C레벨 임원은 8명뿐이다. 그런데 이 중 3명, 절반에 가까운 수가 어도어 이사회에 투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이브가 어도어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어도어 사내이사 후보에 오른 하이브 임원은 C레벨 가운데서도 인사, 전략, 재무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도어에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가 본사 소속 임원의 겸직 전략을 다시 한 번 실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하이브가 본사 소속 임직원을 레이블 등기이사와 겸직토록 만든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이경준 CFO가 대표적이다. 이 CFO는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모두 9개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 감사로 이름 올리고 있다. 쏘스뮤직과 하이브재팬, 하이브레이블즈재팬 등에서는 사내이사를 맡았지만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에서는 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도어 사내이사도 맡고 있었지만 지난해 3월 물러났다. 만일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이경준 CFO는 1년 만에 어도어 이사회에 다시 입성하게 된다.

레이블 이사를 겸직하는 또다른 C레벨 임원으로 김태호 하이브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있다. 김태호 COO는 빌리프랩이 하이브와 CJ ENM의 합작법인으로 출범했던 2018년부터 하이브 COO와 빌리프랩 대표를 함께 맡았다.


비단 C레벨에 국한된 건 아니다. 임원급이 아닌 직원도 레이블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박진 감사가 대표적이다. 박진 감사는 하이브의 재무 관련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알려졌는데 어도어와 빅히트뮤직, 빌리프랩 등 국내 레이블 세 곳에서 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창우 하이브 기업전략실 실장은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이하 KOZ엔터)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KOZ엔터를 대표하고 있다. 이창우 실장은 과거 이경준 CFO와 함께 어도어 사내이사로도 이름 올린 적이 있다.

◇레이블 경영진 견제와 관리, '안전장치' 목적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이사회에 본사 임직원을 심어두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레이블을 견제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화학적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국내에 6개의 레이블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3곳은 기존에 있던 엔터사를 하이브가 인수한 곳이다. 일반적인 제조기업과 달리 엔터사는 소속 인력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상 하이브가 사들인 것은 엔터사를 구성하는 사람과 조직, 시스템, IP(지식재산권)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창업자 등 기존 경영진이 예전처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되 유사 시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하이브가 레이블 대표를 직접 뽑거나 이사회에 본사 소속 임직원을 배치시키는 이유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레이블 대표이사를 직접 뽑아 선임한다고 해도 노하우가 부족하기에 이들이 음악제작 쪽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며 “그런데도 이렇게 이사회를 구성하는 건 유사 시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제아무리 음악제작 쪽을 모르더라도 레이블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표이사 등 이사진의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 레이블의 중요 사항을 하이브가 빠뜨리지 않을 수 있도록, 혹은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레이블 이사회 인사에 관여한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하이브는 정관을 통해 감사에게도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사회 소집 권한 등이 예시다. 하이브 임직원이 레이블 감사를 맡는 사례가 많은 만큼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이런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하이브는 지난 달 감사를 통해 어도어 이사회 소집을 요청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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