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C 55층 vs 105층]승산 높지 않던 현대차그룹, '강경책' 노림수는"처음부터 패는 서울시가"…'최선' 물건너갔어도 '차선' 노린다
조은아 기자공개 2024-07-12 13:25:19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0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층수를 105층에서 55층으로 바꾸는 설계안을 철회하고 새로운 설계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던 사안에서 현대차그룹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55층안을 서울시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0)'였던 만큼 현대차그룹도 어느 정도는 다음 스텝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둘의 공방을 최대한 단순화한다면 '비용을 아끼고 싶은 현대차그룹과 랜드마크를 만들고 싶은 서울시'다. 높이로 그룹의 위상을 자랑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투자할 곳이 많은 현대차그룹으로선 필요 없는 비용부터 줄이자는 데 이견이 없을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따르는 건 당연하다.
서울시 역시 명확하다. 오세훈 시장은 특히 취임 초부터 랜드마크 조성에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얼핏 자기 땅에 자기 사옥을 짓는다는데 서울시가 간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105층 건립을 전제로 용적률 상향, 공공기여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105층이 아니라면 당연히 당시 받은 인센티브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무조건 원안대로 105층을 지으라는 게 아니라 층수를 낮췄으면 당시 논의했던 인센티브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로선 추후 불거질 수 있는 특혜 시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사전협상을 통해 약속해놓고 시간이 지나 '지금은 달라졌으니 다르게 짓겠다'는 걸 받아들일 경우 선례를 남기게 된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설계 변경이 당연하듯 서울시 입장에선 받아들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이 처음 층수를 낮추겠다는 뜻을 내비친 건 2020년 말이다. 당시엔 50층과 70층을 두고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만 해도 서울시가 그리 부정적이진 않았다.
기류가 달라진 건 2021년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뒤부터다. 당시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GBC 높이를 기존 설계보다 20% 넘게 낮출 경우,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갑작스럽게 55층안에 반대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GBC 문제가 다시 떠오른 건 올해 2월 현대차그룹이 개발계획 변경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하면서다. 이후 양쪽은 실무진까지 만나는 등 협의점을 찾으려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결국 오세훈 시장이 공식석상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현대차그룹이 손을 들었다. 오 시장은 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00층을 90층으로 낮추겠다는 게 아니라 초고층 건물 하나 짓는 걸 몇개로 나누고, 층수는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계획을 세웠으면 그게 걸맞는 공공기여를 새롭게 논의하는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정통한 관계자는 "어차피 재협상을 피하기 힘들 거라는 걸 현대차그룹 역시 알고 있었을 것"며 "절차상 서울시의 논리엔 반박할 구석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허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패는 서울시가 쥐고 있었다"며 "현대차그룹이 아니라 그 어느 곳이라도 이런 상황에선 기업에서 주도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최근까지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앞으로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추후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앞으로 현대차그룹과 서울시는 가장 기본적으로 층수를 다시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공공기여금 등을 놓고도 지난한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최선'은 물건너갔어도 '차선'을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설계안 철회 사실을 밝히며 "기존보다 더욱 상징적이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계획을 보완하겠다"면서도 "검토안에 초고층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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