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사로잡은 예술]건축자재 사업가의 시선을 붙든 김춘수의 <울트라마린>추상회화부터 빈티지가구까지…3년간 100여점 수집해온 박관우 보비아 대표
서은내 기자공개 2024-07-15 08:22:49
[편집자주]
예술 작품에는 무한한 가치가 녹아있다. 이를 알아본 수많은 자산가, 기업가들의 삶에서도 예술은 따뜻한 벗으로서 그 역할을 해오고 있다. 더벨은 성공한 CEO들이 미술품 컬렉터로서 어떻게 미술의 가치를 향유하는지, 그의 경영관, 인생관에 예술품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터뷰를 통해 풀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2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관우 보비아 대표(63)는 20년 업력의 건축자재 회사 현대큐비클의 창업자이자 1년 전 하이엔드 주방가구 업체 보비아(Vobia)를 시작한 사업가다. 화장실칸막이로 시작해 내벽 패널, 금속천장재 등으로 늘려가며 현대큐비클을 매출 150억원 수준으로 안착시키고, 신사업에 도전하기까지 그에게는 늘 남다른 안목이 절실했다고 한다.과거에는 건축적 디자인의 안목을 키우는데에 집중했다면 하이엔드 브랜드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예술적 안목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에겐 남다른 수집의 욕구가 있다. 최근 국내 주요 갤러리들 사이에서 의미있는 아트 컬렉터로 이름을 굳히는 중이다. 컬렉팅은 자연스레 새 사업 모색의 기반이 됐고 사업 브랜드 자체와도 시너지를 만드는 모습이다.
박 대표는 "하이엔드 주방가구 시장은 해외 수입가구들이 자리잡고는 있지만 납기가 반년 이상 걸리는 등 발빠르게 고객 니즈를 맞추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유니크한 특성을 살려 보비아를 국내 대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도전 중이며 벌써 투자제안도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트 컬렉터로서의 기간이 아직 그리 긴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컬렉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수집품들은 100여점에 이른다. 현재 수입의 90% 이상을 미술품 구매에 사용할 정도로 그는 컬렉팅에 진심이다.
Q. 눈길을 사로잡은 첫 작품의 매력이 무엇이었나.
A. 1957년생 작가 김춘수 선생의 작품 '울트라마린'이다. 성수동 집과 사무실 인근 갤러리에서 자주 마주친 그림이었다. 작품이 퍼렇다. 그냥 좋았다. 자꾸 정이 갔다. 그 푸름에 빠져 한점 두점 모으기 시작했다. 10여점 이상 모여 그의 작품으로만 보비아에서 소장전을 열기도 했다. 현대큐비클 사무실 입구에도 그의 작품을 걸었다.
Q. 그 예술품을 소유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3년 전 이사를 가면서 벽이 많아졌다. 뭔가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눈에 익었던, 김춘수 선생의 20호 그림 두점을 샀다. 한점에 1000만원 정도였다. 그게 첫 컬렉팅이다. 작가의 작업 스튜디오도 방문하고 설명을 듣다보니 더 좋아졌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박은선 조각가 작품도 같이 구매했었다. 구매하고 보니 그의 대형 조각품이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앞에도 세워져있더라. 점점 컬렉팅의 늪에 빠졌다. 한 작품을 사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도 사게된다. 구매작품 가격대도 점차 높아진다.
하이엔드 주방가구 사업을 준비하며 특히 예술적 안목이 더 필요했다. 건축자재사업을 할 때는 10년간 매일 2시간씩 좋은 건축물들을 공부를 했고, 보비아 사업을 하면서는 한국의 미술사를 공부하게 됐다.
Q. 예술품이 삶에 들어온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생활이 더 풍요로워 진것 같은 느낌인데 대신 가난해졌다. 수입의 90% 이상을 작품 구입에 사용한다. 습관적인 수집욕구가 있다. 돈이 생기면 그림을 사고, 돈이 없는데 너무 좋은 작품이면 신뢰관계가 있는 갤러리에서는 외상을 해서라도 그걸 집에 가져온다.
내 성향상 뭔가 하면 끝까지 한다. 정점에 도달해야 중단하는데 과거 시계 컬렉팅이 그랬다. 그때도 2년간 매일 2시간씩 시계를 공부해서 첫 컬렉팅을 결정했고 시행착오를 줄였었다. 그런데 아트는 정점도 없고, 정점으로 갈 수도 없더라. 끝나지 않을 것 같다.
Q. 새 사업과 확실히 시너지가 나겠다.
A. 다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틀에 얽매이지 않아야한다. 현대큐비클이나 보비아의 모든 제품은 기존 제품과 달라야했다. 시장에서 봤을 때 '저 제품 뭐지'란 의문이 생겨야한다. 예술품도 작가가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이듯 내 고민도 비슷한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아트에 끌리는 것 같다.
Q. 아트 컬렉팅에 대해 가까운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A. 내 컬렉션은 아내의 컬렉션이라 할 정도로 아내의 역할이 크다. 함께 그림을 보고 같이 고른다. 작품 그 자체를 보는 눈은 아내가 더 좋다. 나는 작가와 시장을 분석한다. 그림을 컬렉팅하며 작품세계를 배우다보면 새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인사이트를 얻게된다.
Q. 특별한 애장품을 꼽는다면.
A. 추상, 회화를 주로 좋아한다. 김춘수, 최명영 선생 작품이 생각난다. 그들이 작업하며 갖는 고민의 원천들, 그 인문학적 깊이가 좋다. 나는 오래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차분한 작품을 찾는 편이다. 대체로 단색화로 분류되는 작가 작품이다.
1941년생 작가 최명영 선생의 '등식'을 좋아한다. 소장품 중 1940년대 초반 태어난 국내 작가 작품이 가장 많다. 1930년대생 작품도 사고싶은데 비싸다. 1940년대 작가는 국내 아방가르드 그룹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이며 현재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심을 이룬다.
다른 분야이긴하나 내 컬렉션 중 가장 좋은게 뭐냐고 묻는다면 미샤칸의 작품이다. 1989년생 젊은 미국 작가인데, 그의 작품은 대단히 유니크하다. 브론즈로 된 그의 작품 두 개에 애착이 크다. 그는 조명 등 온갖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
피에르 잔느레 작업도 소중하다. 그는 1880년대생이다. 1960년대에 만들어져 인도에서 반출된 그의 작품들이 여기 있다. 피에르잔느레의 가구로 컬렉션을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Q. 컬렉팅을 시작한 시기가 국내 미술시장이 한참 뜨거울 때였다. 그에 비해 지금은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이다.
A. 2021년 한창 붐일때 시장에 처음 유입된 컬렉터 중 상당수가 탈락하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남았다. 컬렉터들이 미술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런 여러 시각을 존중해야한다. 미술품을 너무 고고한 영역으로 보지만 말고 현실적 시장의 논리도 존중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한다.
특히 리세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다는게 안타깝다. 작가 보호 차원에서 갤러리들이 일정기간 되팔기를 제한하는 리세일락(resale rock)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의 논리를 이해해야 시장도 커질 수 있고 작업하는 작가에게도 결국 좋은거라 본다. 그래야 직장인 등 젊은 컬렉터들이 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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