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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유동화 조달전략]'현금 아쉬운' 효성화학, 카드결제도 최대한 '뒤로'올해 유동화 통해 총 2400억 조달…특수가스사업부 매각후 단기조달 적극 활용

이정완 기자공개 2024-07-23 13:42:51

[편집자주]

부채자본시장(DCM)에는 자금 마련이 필요한 기업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장기로 조달하거나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해 단기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적인 발행 외에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있다. 매출채권이나 소매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해 이를 바탕으로 자금이 유입되게 하는 구조다. 자체 신용도로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신용보강을 받아 조달 대안으로 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벨이 기업들의 유동화를 통한 조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9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째 영업적자를 이어간 효성화학이 올해 들어 카드이용대금채권 유동화 규모와 빈도를 늘리고 있다. 카드이용대금 유동화를 활용하면 카드사로 결제대금이 먼저 들어간다.

효성화학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다. 결제 일을 조금 늦출 수 있어 단기 자금을 융통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효성화학은 2010년대 후반 들어 시작한 대규모 투자로 인해 차입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라 현금 유출이 무엇보다 아쉬운 상황이다. 올해 회사채 발행 시 연이어 미매각이 발생해 조달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을 계기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면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PC가 '먼저' 결제대금 납부하는 구조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효성화학과 현대카드가 맺은 카드이용대금채권 참가계약서에 따라 지난 15일 에이치디씨제십오차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이 100억원 규모 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효성화학이 현대카드의 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하면 현대카드는 카드이용대금채권을 보유한다. 카드사의 매출채권인 셈이다. SPC로 이 기초자산을 넘기면 현대카드는 ABSTB가 발행된 날 먼저 돈을 받는다. 효성화학은 카드 결제일이자 유동화 만기인 오는 10월 원금과 수수료를 더해 지급하면 된다.


눈에 띄는 건 올해 들어 이 같은 카드이용대금채권 유동화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7월 현재까지 동일 구조의 유동화만 총 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동안 같은 형태로 1400억원을 유동화했다. 올해 에이치씨디제팔차, 에이치씨디제십오차, 디알제오차 등이 유동화 주체로 나섰다.

에이치씨디제팔차와 에이치씨디제십오차는 현대카드, 디알제오차는 롯데카드 이용대금채권을 유동화한 회사다. 에이치씨디제팔차와 에이치씨디제십오차 유동화 주관은 DB금융투자가 담당했고 디알제오차 유동화 주관사는 부국증권이 맡았다.

카드이용대금채권을 유동화하면 일견 카드사에 유리한 구조로 보인다. 곧바로 결제대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무자인 효성화학에도 메리트가 있다. 유동화 구조를 잘 짜면 효성화학은 결제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단기 자금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에이치씨디제팔차가 유동화로 253억원을 마련했을 때 처음 계획한 결제일은 4월 중순이었는데 7월로 결제일을 3개월 미뤘다.

IB업계 관계자는 "카드이용대금채권 유동화의 핵심은 SPC가 효성화학의 결제대금을 먼저 내줬다는 점에 있다"며 "효성화학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현금이 필요한 만큼 이 같은 유동화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카드이용대금 유동화만 활용한 건 아니다.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로부터 발생할 장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지난달 232억원을 마련했다. SPC인 와이케이아이비제이차가 주체로 나서 ABSTB를 발행했다. 효성화학이 효성티앤씨에 판매하는 TPA(테레프탈산)대금채권 등을 유동화했다. 만기는 내년 12월까지로 해당 유동화는 유안타증권이 주관했다.

◇회사채 발행 여건 개선 시급

효성화학의 유동화 조달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효성화학은 PP(폴리프로필렌)을 주력으로 생산하는데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수요 위축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프로판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부터 영업적자가 시작됐다.

재무 부담을 키운 건 베트남 투자였다. 효성에서 인적분할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PP 공장 투자에 약 13억달러(1조7000억원)를 투입했다. 다만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못해 적자 폭이 커졌다. 이로 인해 2018년 9034억원이던 순차입금은 올해 1분기 말 2조4606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도 3000%를 상회한다.


누적된 적자와 차입 부담 확대 탓에 대규모 시장성 조달이 어려워졌다. 지난해 초 3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했는데 1200억원 모집에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당시 신용도는 ‘A0, 안정적’이었다.

올해는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낮아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각 500억원씩 공모채 발행을 재차 도전했는데 이번에도 미매각을 겪었다. 지속되는 영업적자에 기관투자자 투심이 부진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스틱인베스트먼트와 IMM프라이빗에쿼티에 특수가스사업부 전체를 매각하면서 반등 조짐이 보인다.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 순차입금도 약 2조5000억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IB업계가 기대하는 건 나아질 조달 환경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차입금 감소와 자본 확충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이 가시화될 경우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장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 영향으로 유동화 활용이 늘었다"며 "특수가스사업부 매각대금이 유입되면 부채비율 하락 등 긍정적 효과가 전망돼 조달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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