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29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PA브랜드 탑텐을 전개하는 신성통상은 주식시장에서 ‘애국테마주’로 통한다. 2019년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격화되면서 탑텐이 유니클로 빈자리를 대체했다. 노재팬 당시 탑텐은 광복절 티셔츠를 선보이는 등 애국 마케팅을 통해 '애국기업'이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그러나 신성통상의 최근 행보는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애국기업'과는 다소 맞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자본시장을 후퇴시키고 국내 증시 가치를 깎아 먹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부터다.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가나안과 2대주주 에이션패션은 지난 6월 21일부터 이달 7월 22일까지 신성통상의 유통 주식물량 22%에 대해 공개매수를 단행했다. 총 발행주식의 95%를 확보해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소외됐다는 점이다. 신성통상은 그간 시장에서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배당 여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성통상의 이익잉여금은 3118억원, 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2666억원에 달했다.
신성통상은 2012년 주당 5원을 배당한 이후로 장기간 현금 배당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주주환원 요구가 거세지자 2023년 주당 50원을 배당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10년간 총배당액은 약 75억원에 그쳤다.
공개매수가(2300원)가 낮다는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신성통상은 2021년 주가가 주당 4000원 안팎에 거래됐던 만큼 2000원대 후반~3000원대에 물려있는 소액 주주들이 많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상폐로 엑시트 기회를 박탈당한다.
반면 공개매수를 통해 오너일가는 수혜를 누린다.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을 활용해 별도로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핵심 사업회사 신성통상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이 상폐를 통해 수천억원 잉여금을 독식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주주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첫 공개매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신성통상은 지난 한 달간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9%(846만6108주)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신성통상이 공개 매수가를 올려 2차 공개매수에 돌입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례를 두고 신성통상이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며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이익을 창출해 주주들과 나누는 게 주식회사의 본질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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