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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힘 뺀 테라젠이텍스, 오너 아들 중심 '티이바이오' 주목 지놈케어 매각 후 싸이토젠 지분투자, 고진업 회장 아들 등기임원 법인 활용도 관심

정새임 기자공개 2024-08-02 08:56:11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라젠이텍스가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자회사 유전체 분석 업체 '지놈케어' 지분 전량을 싸이토젠에 넘겼다. 동시에 지놈케어 지분 양도로 확보한 자금을 고스란히 거래 상대방인 싸이토젠에 투자했다.

지놈케어를 정리하고 지분투자로 선회한 전략이라는 점에 주목된다. 유전체 분석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것이 아닌 투자를 통한 간접 소유 방식으로 전환하는 행보다. 주력사업에 힘을 빼면서 업계는 창업주 자녀를 주축으로 한 의약품 연구개발 법인의 활용법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지놈케어 지분 전량 매각해 싸이토젠 투자…연결대상서 제외

테라젠이텍스는 1일 싸이토젠이 추진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65억원을 투입한다고 공시했다. 자회사 지놈케어 지분 전량을 싸이토젠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으며 동시에 진행한 투자다. 즉 지놈케어를 싸이토젠에 팔고 싸이토젠에 투자하는 형태의 거래다.

지놈케어는 테라젠이텍스가 48.02% 지분율을 갖고 있던 유전체 분석 기업이다. 의결권은 과반수 미만이나 다른 주주보다 유의미하게 많은 의결권을 갖고 있어 실질지배력으로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

테라젠이텍스가 지놈케어 지분을 처분하고 받은 금액은 68억원, 이 가운데 65억원을 싸이토젠에 투자하는 거래다. 사실상 지놈케어의 자금이 그대로 싸이토젠으로 투자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배력에선 큰 차이가 난다. 테라젠이텍스가 65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싸이토젠 주식은 총 70만6445주로 지분율로 단 3.05%에 해당한다.


이번 거래로 테라젠이텍스는 몸집을 줄이게 됐다. 지놈케어는 연결대상 종속회사에 해당해 지놈케어의 실적이 고스란히 테라젠이텍스 연결 실적에 반영된다. 반면 싸이토젠에 대해선 지배력이 없기 때문에 단순투자로 분류된다. 공정가치에 따라 손익에 반영될 뿐이다.

지놈케어는 매년 매출이 늘었지만 손실이 누적돼 테라젠이텍스 재무제표에 악영향을 미쳤다. 2020년 기준 매출액은 33억원, 당기순손실은 15억원이었다. 2020년 말 이익결손금은 43억원에 달했다. 2022년는 41억원의 매출과 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정리를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지놈케어 사내이사에 올라있던 고진업 회장은 올해 초 이사직을 내려놨다. 사내이사는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는 임홍계 대표가 유일하다.

테라젠이텍스 관계자는 "싸이토젠과 테라젠이텍스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함에 따라 이번 거래가 성사됐으며 향후 진단업체 투자 지분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전체 진단 간접 투자 선회 행보…신규법인 설립으로 제약사업 강화

지놈케어와 싸이토젠은 큰 틀에서 모두 진단 기업으로 분류된다. 구체적인 사업방식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지놈케어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반으로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력 제품으로는 난임 검사, 신생아 유전자 검사 등이 있다. 국내 병원을 시작으로 베트남, 몽골 등으로 진단 서비스 제공 국가를 확대했다.

싸이토젠은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는 액체생검을 전문으로 한다. 환자 혈액에서 순환종양세포(CTC)를 분리 후 분석해 암 환자에 대한 면역항암제 치료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혈액 기반 암 조기 진단은 가던트헬스, 그레일 등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싸이토젠은 대표적인 국내 액체생검 전문 기업으로 꼽힌다.


테라젠이텍스는 싸이토젠에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액체생검 시장에 간접 진출을 꾀한다. 유전체 기반 진단 사업에서 몸집을 줄여나가는 최근 테라젠이텍스의 행보와 일맥상통 한다.

테라젠이텍스는 지난해 소비자 대상 유전체 분석(DTC) 사업을 하는 테라젠헬스를 분할해 롯데헬스케어에 넘겼다. 나아가 그간 10년 이상 쌓아온 NGS 진단 기술을 영위하는 테라젠바이오 매각설도 흘러나온 바 있다.

대신 의약품 연구개발 등 제약사업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작년 7월 테라젠바이오는 100% 자회사인 티이바이오플랫폼이라는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티이바이오플랫폼은 테라젠그룹에서 테라젠이텍스, 리드팜과 함께 제약사업으로 분류됐다. 사업목적도 △의약품 연구개발업 △생명과학 연구용역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소 설비 및 운영 △임상시험 대행 및 자문 등 진단이 아닌 의약품 연구와 관련된 사업이 주를 이룬다.

이 중 어떤 사업을 주요 영업활동으로 할 것인지 확정된 건 없다. 그럼에도 티이바이오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제약사업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는 또 있다. 고진업 테라젠이텍스 창업주 고진업 회장의 아들 고재훈 씨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 중이기 때문이다.

고재훈 씨는 과거에도 메드팩토 등 테라젠그룹 주요 계열사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사회에 정식으로 오른 건 티이바이오플랫폼이 처음이다.

티이바이오플랫폼은 메드팩토 등 테라젠그룹의 연구개발 물질을 기술이전(L/O) 할 때 브릿지 역할을 하는 구상으로 설립됐다고 전해진다. 다만 최근 계열 및 관계사들의 기술이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며 티이바이오플랫폼 활용법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설립 1년이 되도록 사업활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배경이다.

테라젠이텍스 관계자는 "티이바이오플랫폼은 향후 활용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아직은 사업방향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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