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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 소부장 리포트]동진쎄미켐, 삼성전자 탈피 키워드 '중국·하이닉스'③반도체·DP 분야 국내 기업 경쟁사와 밀월, 신사업 '캐즘 악영향' 불가피

김경태 기자공개 2024-08-21 08:18:56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밸류체인 속에서 최종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보다 때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곳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각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거나 나름의 강점을 기반으로 선전하는 소부장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소부장 기업들의 창업스토리와 사업 현황, 실적과 재무, 지배구조와 향후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4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진쎄미켐의 성장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곳은 단연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한일 무역분쟁이 있기 전부터 동진쎄미켐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구주 매입과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지분 4.8%를 보유했고 일본 수출규제 이후에는 거래액을 크게 늘렸다.

동진쎄미켐은 삼성전자 의존도가 과도한 상황 속에 물밑에서 거래처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거래하던 LG디스플레이 외에 주요 거래처로 떠오른 곳은 중국 BOE, SK하이닉스다. 공교롭게도 최대 매출처인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와 경쟁사인 곳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BOE, 4년전 주요 거래처 급부상…'삼성전자 경쟁사' 하이닉스 밀월 주목

동진쎄미켐의 주력은 포토레지스트(PR, 감광액) 관련 전자재료 사업과 산업용 기초소재인 발포제 사업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제조 공정뿐 아니라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의 컬러 필터 제조에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대기업을 고객사로 뒀다.

일본이 2019년 수출 규제를 본격화하기 전에도 동진쎄미켐의 최대 거래처는 삼성전자였다. 동진쎄미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순이었고 2019년까지 유지됐다.

그러다 2020년부터 동진쎄미켐의 주요 거래처에 격변이 지속됐다. 같은 해 SK하이닉스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주요 거래처 중 3위에 올라섰다. 2021년에는 중국 BOE가 새롭게 등장했고 삼성전자에 이어 동진쎄미켐에 많은 매출을 안기는 고객사가 됐다. 작년에는 SK하이닉스가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3번째로 큰 고객사가 됐다.


동진쎄미켐이 거래처 다변화 활로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사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BOE와의 거래를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2009년 성도동진쎄미켐과기 유한공사, 2010년 합비동진쎄미켐과기 유한공사, 2014년 중경동진쎄미켐전자재료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 현지 법인들이 BOE와의 거래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한일 무역분쟁 과정에서 극자외선(EVU) 포토레지스트 등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동진쎄미켐과 거래 규모가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늦은 2021년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했다.

최근 동진쎄미켐과 SK하이닉스의 협력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하이브리드 본딩용 화학기계연마(CMP) 슬러리를 개발했다. 이 재료는 국내에서 솔브레인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동진쎄미켐이 올 1분기부터 SK하이닉스에 HBM용 슬러리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심찬 2차전지 밸류체인 진입, '캐즘'에 이겨낼까

동진쎄미켐의 거래처 다변화 노력은 기존 사업분야에서 고객사 확대뿐 아니라 신사업 추진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차전지 분야 진출이 대표적이다.

동진쎄미켐은 전자재료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성능 연료전지를 구현하기 위한 촉매 기술, 전해질 기술· 전극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고출력, 고내구성 MEA(막전극접합체)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

또 독자적인 바인더 용해 기술, 최적화된 고밀도 도전재 분산 기술을 응용한 도전재 슬러리를 제품화했다. 차세대 재료인 CNT 도전재, 실리콘 음극재도 개발하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2020년 5월 스웨덴 법인(DONGJIN SWEDEN AB)을 설립했다. 같은 해 12월에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Skellefteå) 에 약 3만6000㎡ 면적의 부지를 확보해 이차전지 배터리용 슬러리의 신규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공사는 2021년 4월부터 시작했고 2022년 11월 사용승인을 얻었다.

이미 고객사도 확보했다. 동진쎄미켐은 2020년 스웨덴 법인을 설립하던 때 노스볼트(Northvolt)와 10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아직 동진쎄미켐의 매출에서 이차전지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작년 이차전지 관련 매출은 277억원으로 전체 연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했다. 올 1분기에는 53억원에 그쳤고 전체 매출에서 비중은 1.6%다.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로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라 동진쎄미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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