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보드]'만년 적자' SK온 의사록에 담긴 IPO 청사진한투PE·MBK측 합병 조건부 동의…합병 후 주식가치는 31조대로 책정
김슬기 기자공개 2024-08-27 08:09:18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0일 14: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에 있어서 자회사인 SK온은 아픈 손가락일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11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진 SK온을 살리기 위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 SK온의 재무적투자자(FI) 측 인사들을 설득했다.이미 SK온에 조 단위의 돈을 투자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 MBK파트너스 측 기타비상무이사들을 이번 합병에 동의하면서 기업공개(IPO) 시한을 못박아뒀다. 기존에 약속했던 '2026년말 IPO'에 대해 재차 상기시켰고 이번 합병이 IPO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는 것을 강조했다.
◇ 2022~2023년 프리IPO 진행, 이사회에 FI 측 인사 편입
지난 7월 17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관훈빌딩에서 SK온의 이사회가 열렸다. 해당 자리에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이사회 이사 총 8명이 모두 모였다. 대다수가 SK이노베이션과 SK온 측 인사였지만 김마이클민규(이하 김민규) 한투PE대표와 부재훈 MBK파트너스 대표는 예외였다.
김 대표와 부 대표는 2023년 1월과 6월에 SK온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이사회 참여는 SK온의 프리IPO와도 관련이 있다. SK온은 대규모 자본적투자(CAPEX)가 필요한만큼 프리IPO를 통한 자금유치와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한투PE를 주축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2022년 12월과 2023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2023년 6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카타르계 투자사인 알레이얀홀딩스, 싱가포르계 힐하우스캐피탈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5000억원 가량 투자를 진행했다.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한만큼 향후 엑시트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 IPO 기한을 2026년, 연 7.5% 수준의 내부수익률(IRR)를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프리IPO 기준으로 SK온의 에퀴티 밸류는 26조8000억원 정도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2371억원, 영업손실은 7916억원, 순손실 1조1212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54% 가량 감소했고 영업손실폭은 66% 가량 증가했다. 순손실 역시 129% 늘었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후 11분기 연속 적자다. 합병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 김민규 한투PE 대표 "IPO일정 지연 우려…일정대로 진행되어야"
만성적자인 SK온에 원유·석유 제품 전문 트레이딩 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과의 합병으로 적자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이 5000억~6000억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SK온 본업에서의 성과가 없다면 흑자 전환이나 IPO 추진은 쉽지 않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회사 측은 투자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1~2년 정도 시일을 벌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SK온의 기타비상무이사들은 이번 합병에 대한 의견을 제시, IPO에 대한 코멘트를 남겼다. FI 측 기타비상무이사들은 컨소시엄의 대표자로 여러 투자자들의 의견을 대리하는만큼 외부에도 정확한 의견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김민규 한투PE 대표는 "합병으로 인하여 2026년말 예정인 IPO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니 IPO는 일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합병이 회사의 IPO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치라는 전제하에 본건 합병에 대해 동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재훈 MBK파트너스 대표 역시 "본건 합병은 투자자들의 동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그에 따라 구속력 있는 계약이 체결되어 투자자들이 합병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변동없는 IPO나 계약 체결 등을 조건으로 합병에 동의했다.
이사회에서 개인 발언 등이 기록된 것은 이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경우 합병하면 자산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탄생하게 되지만 이사회 이사록에는 합병 목적이나 합병 방법, 일정 등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만 명시했을 뿐 이사 개개인의 코멘트를 쓰진 않았다.
◇ 합병 후 몸값 31조원대로 책정…복잡해진 사업구조에 방법론도 고민
이번 합병으로 SK온 FI들이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 합병 전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89.5%였다. 두 회사를 합병한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91.1%로 늘어난다. SK이노베이션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합병하면서 신주 6617만여주와 SK엔텀 1875만여주를 추가로 취득해서다.
해당 경우 FI 지분율은 10.48%에서 8.9%로 낮아진다. 합병 전 SK온 1주당 가격은 5만5459원으로 책정됐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95만5861원, SK엔텀은 14만7198원이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과의 합병을 마치면 SK온의 주식가치는 31조7433억원이다.
FI 투자단가는 5만5000원이었는데 현재 SK온의 단가는 이보다 낮아진 상태다. 목표로 한 시일이 2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향후 IPO를 진행하게 됐을 때의 몸값 부담이 상당한 것이다. 또한 SK온 자체적으로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마이너스(-)다.
일례로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CATL과 삼성SDI을 피어그룹으로 선정, EBITDA 멀티플 51.4배를 기준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현재 피어그룹들의 시가총액이 과거 대비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온은 해당 방식으로 원하는 몸값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IPO 추진 시점에 EBITDA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것은 미지수다.
향후 추정 실적으로 기반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내는 것이 그나마 가능한 선택지다. 현재 2차 전지 등이 포함된 전자전기 업종의 평균 PER은 65배 정도다. 다만 합병으로 사업구조가 복잡해진만큼 투자자 설득할만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
김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슈 & 보드]'10조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 과거와 다른 점은
- [이슈 & 보드]삼성전자 자기주식 매입, 허은녕 사외이사만 기권
- [이슈 & 보드]'시총 20조 목전' 메리츠금융, 돋보인 밸류업 결단
- [그룹 & 보드]정교선의 현대홈쇼핑, 밸류업 빠진 이유 '정체된 성장'
- [그룹 & 보드]'닮은꼴' 현대백화점그룹, 핵심지표 일제 상향 기대
- [그룹 & 보드]현대지에프 장호진 대표, 오너 일가 최측근
- [그룹 & 보드]지주사 전환 1년 현대백그룹, '밸류업' 원동력은
- [2024 이사회 평가]몸집 키우는 솔루스첨단소재, 이사회 점수는 '50점'
- [Board change]상장 닻 올린 롯데글로벌로지스, 이사회는 '완성형'
- [thebell interview]"커지는 이사회 역할, 사외이사 보상 현실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