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10:1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T 사업을 영위하는 한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A사는 근래 승계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회장 아들인 대주주 2세가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해 입사했지만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신사업 발굴 중책을 맡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재직 중 임직원 반발이 컸던 까닭이다.인사권을 독단적으로 휘두르려 했던 것이 단적 사례로 꼽힌다. 신사업 조직 리더를 맡고 있던 대주주 2세가 팀원의 퇴사를 막기 위해 관련 임원진의 해임을 예고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해당 팀원의 비공식 입사 절차를 용인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신규 태스크포스 팀을 꾸리고 최종 인원을 추린 것은 본인임에도 애꿎은 쪽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따랐다. 짧은 기간 분란만 남긴 채 도망치듯 그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같은 사례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에서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설익은 지배주주 후계자가 이르게 전권을 잡아 조직 운영을 좌우하려는데서 발생하는 패착이다. 섣부른 경영 방식 외에도 내로남불식의 근무 태도가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 직원의 재택근무엔 불만을 드러냈던 그가 자택 인근에 공유 오피스를 얻어 조직 거점을 마련했던 일 등이다. 회사 입장에서 볼 때 그 결정은 수익 측면에서 결코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후진적인 거버넌스 구조다. A사는 설립 이후 계속해서 대주주 의장 체제가 이어져 왔다. 이사회 의장이 각종 경영 안건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객관적인 견제 장치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 평가 기관에서 이러한 이사회 운영 방식을 가장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외이사가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 있지 않다. 경영진 의견에 반론을 제시하고 의사 결정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규모에 미치지 못했다. 총 6명의 이사회 인원 중 사외이사는 3명에 그친다. 이사회 규모나 비중 면에서 사외이사가 효과적으로 경영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복귀 기회를 엿보고 있을 대주주 2세가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아 보인다. 소유와 경영의 고리를 끊는 형태로 변화를 꾀하면서다. 이사회 일원으로 함께하되 회사의 중장기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시각의 의견들이 충분히 검토될 수 있게 자리를 내주는 식이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 의장이나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이 요구된다. 대주주 2세의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복귀 시나리오는 거버넌스 개선에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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