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07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중 갈등과 AI 반도체 호황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칩워(Chip War)'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격하게 전개됐다. 치열한 전투에서 잠깐 삐끗하면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목도했다.엔비디아는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미국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기반으로 AI 랠리에 제대로 올라탔다. 반면 고전한 곳들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에 밀렸다. 인텔은 상황이 더 심각했고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더 중차대한 시점을 맞이했다. 미국 빅테크들이 자체 AI칩 개발에 나서며 '탈 엔비디아'를 본격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조정받았고 시총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상태다. 밸류체인이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기민한 대응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정치적 변화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자국 우선주의가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내걸었던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이 트럼프 임기 시작 후 변화할 가능성 때문에 업계가 가슴을 졸이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대국(大國)의 대국(大局)을 읽고 날쌘 대응을 해야 하는 골든타임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달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격변이 발생했다. 이를 뒷수습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면서 국가 미래 경쟁력 강화에 대한 논의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또다시 독자적인 활약, 개인기를 요구받고 있다. 스스로 위기 국면을 타개해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선진국 경쟁사보다 외로운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는 못할지라도 정치적 혼란에 끌어들이지 않는 게 그나마 국가와 정치권이 해줄 일이다. 그리고 새롭게 탄생할 정권에서 칩워는 이념을 떠나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대만뿐 아니라 한국도 글로벌 반도체산업에서 일정한 '수권능력'이 있다는 점을 국내외에 노련하게 보여줘야 한다.
나아가 정치적 변화가 마무리된 뒤 기업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경영에 몰두해야 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절실하다. 내년에, 그 후로도 대통령이 재벌 총수를 대동하고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다시는 연출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모습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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