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손실' LG화학, 배당 강행 배경은 주당 1000원 현금배당, 역대 최저...편광판 매각대금 등으로 현금창출
정명섭 기자공개 2025-02-10 10:42:51
[편집자주]
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14시5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본업과 신사업의 동반 부진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LG화학이 배당금 지급을 결정했다. 정책상 배당 재원에 쓸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한계 사업 정리 등으로 양(+)의 현금흐름을 창출한 덕에 20년 이상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한 이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지배주주순손실에도 배당 지급 결정...비주력사업 매각 덕
LG화학은 2024년 결산 기준 보통주 1주당 1000원, 우선주 10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총액은 787억원이다. 이는 2001년 주당 750원의 현금배당(배당총액 553억원)을 결정한 이후 가장 낮다.
주당 배당금이 역대 가장 높았던 2021년(1만2000원)과 비교하면 12분의 1 수준이다. 당시 LG화학은 배당금 지급으로 9353억원을 썼다.
LG화학의 배당 원칙은 '연결기준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이익 제외)의 20% 이상'이다. LG화학은 지난해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잠정실적 기준 6909억원의 지배주주 순손실을 기록했다. LG화학의 지배주주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24년이 처음이다. 정책상 배당 가능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배당금이 '제로(0)'여야 하지만 이례적으로 지급을 결정한 셈이다.

배경에는 한계 사업 정리가 있었다. LG화학은 2023년에 IT소재 사업부 내 편광판과 관련 소재 사업 양도를 결정했고 지난해 12월 말 딜이 종료돼 매각대금 약 1조1000억원이 유입됐다. 편광판 사업은 중국 샨진 옵토일렉트로닉스에, 편광판 소재 사업은 중국 허페이 신메이 머티리얼즈에 매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LG화학이 매각 차익으로 약 90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노후화한 석유화학 설비와 범용 화학제품 라인 일부를 정리하고 운전자본 관리를 강화해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었다. 지난해 사업계획상 캐시플로는 적자였지만 투자 감축, 한계사업 매각, 자산 효율화, 운전자본 감축 여러 노력으로 회사 전체 캐시플로가 플러스를 기록해 배당을 할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주가치 환원 차원에서 배당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40% 웃돌던 배당성향, 실적둔화·신사업투자에 20%로
LG화학은 최근 10년간 평균 배당성향 42.5%에 달할 정도로 그룹에서 배당 모범생으로 손꼽혔다. 2000년대에 배당총액을 1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린 LG화학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연속 배당총액 2945억원(주당 배당금 4500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주당 배당금으로 5000원을 책정해 배당총액이 3000억원을 넘어섰다. 배당성향이 30% 수준으로 유지되기 시작한 건 이 시기부터다.
2019년 실적 둔화로 주당 배당금을 2018년 6000원에서 2019년 2000원으로 확 줄였지만 배당성향은 되레 31.24%에서 49.02%로 올랐다. 순이익 감소에도 고배당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2020년에는 더 강화한 배당정책을 꺼냈다. 같은 해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현 LG에너지솔루션)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대응책이었다. LG화학은 보통주 주당 최소 배당금 1만원을 제시했다. LG화학이 2020년에 배당금 지출로 7783억원을 썼다. 배당성향은 151.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에 호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주당 1만2000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해 총 9353억원을 배당에 투입했다. 2023년에도 주당 1만원의 현금배당에 나서 총 7831억원이 배당금 지출에 쓰였다.
매년 7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건 큰 부담이었다.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의 현금창출력이 이전보다 줄었는데 친환경 소재와 전지소재, 신약 등 3대 신사업 비중 확대를 위해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선 감당하기 힘든 현금 유출이었다.
결국 LG화학은 2023년에 주당 배당금을 3500원으로 줄였다. 배당성향은 20.5%로 1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배당인심 회복 선결조건은 신사업 투자 회수
LG화학의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는 여전히 '30% 이상 지향'에 맞춰져 있다. 다만 신사업 투자에 대한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만 배당 수준을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8조9161억원, 영업이익은 91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1.5% 줄었고 영업이익은 63.8% 감소했다.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뿐 아니라 첨단소재(양극재 등) 사업마저 업황 둔화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진 영향이다.
올해는 미국발 보호무역 기조 심화, 전기차 의무화 정책 철회 등의 정책 변동성 확대로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졌다. LG화학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목표 매출을 26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2024년 대비 6000억원가량 낮은 수치다.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부문에서 목표치가 각각 5000억원, 2000억원 줄었다.
다만 바이오(생명과학) 분야는 제미글로 제품군과 유트로핀 제품군 등의 시장 지위 강화와 해외 시장 매출 확대로 1년 전 대비 1000억원가량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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