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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상인' 이재용 회장의 밸런싱 [thebell desk]

김경태 산업2부 차장공개 2025-04-03 07:39:36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주 중국에 머물렀다. 그의 중국행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왔다. 아무래도 미중 갈등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그 여파가 국내 정치·여론에도 작용하는 민감한 시기여서 더 그런 측면이 있다. 이 회장도, 삼성전자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터다. 그럼에도 중국을 찾아야 했던 것은 수출로 먹고사는 삼성전자가 지닌 딜레마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별도 기준으로 중국에서 64조927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미주(61조3533억원)보다 많았다. 국내외 자회사 등의 회계를 포함해 조정을 거친 연결 매출로는 미주가 118조8286억원으로 중국(43조9261억원)보다 많다. 약 44조원은 국내 웬만한 대기업들도 구경하기 어려운 돈이며 국가경제에 참으로 큰 보탬이 될 수치다.

그런데 작년의 실적은 약 10년간 삼성전자가 국내외 격변을 이겨내며 거둔 성과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경영하던 때와 달리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이끈 뒤로는 국내외 정치로 인한 위기가 많았다.

2016년 사드(THAAD) 사태로 한중 관계가 악화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중 갈등이 격화했다. 2019년에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무역분쟁이 시작됐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 취임한 뒤로도 미중 갈등은 계속됐다. 화웨이가 정밀타격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와 같은 제3국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미국, 중국, 일본 이외에 수많은 글로벌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절이 지속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 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을 찾았다. 삼성전자는 위기를 돌파했고 무너지지 않았다.

다른 기업인을 봐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3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대중국 비즈니스에 대해 "지금도 미국 기업이 (우리보다) 훨씬 더 중국을 많이 방문해 투자하고 움직인다"라며 "정치나 안보, 감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이성적 게임"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을 선도하는 미국의 방향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은 절대적이며 피할 수 없다. 우리 기업인들도 다 알고 있다. 다만 중국은 미중 갈등에서 패퇴하고, 더 나아가 훗날 인도에 밀려 글로벌 경제 3위가 되더라도 우리 내수보다 큰 시장을 갖고 있다.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국면에서도 최대한 이익을 도모해야 하는 게 장사꾼의 숙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회장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중국을 찾은 미국기업 CEO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의 방중은 재계 1위이자 최대 고용을 하는 '삼성 상인(商人)'으로서 전략적 판단이다. 그리고 그의 행보는 지난 5000년간 선조들이 이 땅에서 노력했던 모습의 현대적 압축판일 수도 있다. 이 회장이 보여줄 다음 고난도 밸런싱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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