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수산아이앤티, 글로벌 시장 실패의 기억 벗어날까②베트남 법인 2023년 청산 불구, 작년 첫 해외 신사업 조직 '새 출발'
최현서 기자공개 2025-04-10 07:41:09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09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안업계의 최대 과제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이다. 제한된 고객사를 두고 경쟁이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해외 시장 규모가 국내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보안사들의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업계의 움직임과 달리 수산아이앤티는 주력 사업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경험은 아직 없다. 대신 2020년 이종사업인 전해콘덴서를 다룬 자회사를 통해 베트남에 사업을 했던 경험은 갖고 있다. 정작 이마저 4년 만인 2023년 정리했다. 한 해도 순이익을 거두지 못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수산아이앤티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1년간 글로벌 진출 담당 부서를 세우며 내부 정비를 마쳤다. 독일 보안기업과 주문자개발제품(ODM)을 계약하면서 해외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도 노리고 있다. 과연 과거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지 주목된다.
◇이종사업으로 시작한 해외 사업 '실패'
수산아이앤티는 내수 중심으로 수익을 올린다. 올해 매출 267억원 모두 국내에서 발생했다. 과거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2020년 전해콘덴서의 제조·판매를 주력으로 삼는 '수산에너솔'의 주식 148만주(66.35%)를 74억원에 사들였다. 신사업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이종사업에 진출한 경우였다.
본업인 공유단말접속관리 서비스로는 새로운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선택한 길이었다. 한 회선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를 제어하는 솔루션이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다른 방향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보안 솔루션 역시 매출 다양화를 위해 2016년부터 전개됐기 때문에 아직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단행한 수산에너솔 지분 취득으로 수산아이앤티는 해외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산에너솔을 통한 확장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2019년 160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230억원으로 증가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수산에너솔은 2020년 이후 한 해도 순이익을 거두지 못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쌓인 순손실 규모는 124억원이었다.
결국 수산아이앤티는 2023년 수산에너솔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수산에너솔 베트남 법인도 연결에서 제외됐다.

◇독일 ODM 계약, 다양한 국가 진출 노력
과거의 아픔이 있었지만 수산아이앤티는 다시 해외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번에는 이종이 아닌 본업인 보안을 들고 글로벌 시장을 노크한다. 작년 보안사업본부 산하에 '글로벌신사업팀'을 신설하며 해외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본사 안에 해외 사업을 목적으로 한 조직이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보안 시장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해외 진출을 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보안 시장의 경쟁 구조는 제품 특성상 경쟁사로부터 고객을 가져오는 형태다. 보안 프로그램의 배타성 때문이다. 한 PC 내에 2개 이상의 보안 제품을 구동할 경우 서로의 임시파일 등을 '의심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블루스크린 등 심각한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글로벌신사업팀은 독일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거뒀다. 올해 1월 독일의 네트워크 보안 기업 '네옥스 네트웍스(NEOX NETWORKS)'와 ODM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산아이앤티는 네옥스 네트웍스가 요청한 기술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수산아이앤티 관계자는 "가장 먼저 성과가 난 게 독일이고 여러 국가들과 사업 진출 등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느 국가를 특정적으로 잡은 건 아니다. 일본, 넓게는 미국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역을 노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이 작다는 점도 수산아이앤티가 해외 시장에 도전하게 한 계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보안시장 규모는 31억900만달러(4조5544억원)로 10위다. 729억2000만달러(106조7768억원)을 기록한 미국이 1위다. 일본(90억달러, 13조1832억원)과 독일(69억달러, 10조1071억원)이 각각 4위와 5위다.
현지 사업을 맡는 해외 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수산아이앤티 관계자는 "해외 법인 설립도 염두는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설립 시기는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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