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두산]오너 개인보다 가문…'친족경영'으로 지배력 보강[소수지분 거버넌스]③박정원 회장 7.6%, 채권단 이후 오너가 내부지분율 하락
원충희 기자공개 2025-04-14 08:10:25
[편집자주]
국내 재계에서 창업자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오너 대다수가 창업자 가문의 사람들이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전 의장, 아미코젠의 신용철 전 회장 등 지분율이 낮은 오너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잃을 경우 밀려날 수 있다. 기업 성장과 상속 등의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된 오너들은 어떻게 지배력을 보강하고 있을까. theBoard가 기업 총수의 오너십 유지 비결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08시16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세 경영까지 내려온 두산 오너 가문은 친족경영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분이 오너 개인보다 형제, 사촌 등으로 분산돼 있어 집단지도 체제로 영위되는 형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두산그룹의 동일인(총수) 박정원 대표이사 회장의 지주사 ㈜두산의 지분은 작년 말 기준 7.64%로 10% 미만이라 오너십을 보강할 수단이 친족 밖에 없다.특히 과거 유동성 위기에 따른 채권단 체제를 거치며 총수 가문의 그룹 지배력 역시 약화됐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핸 지주사의 지배력을 높이려 시도했으나 결국 무산되기도 했다.
◇4세 경영까지 내려오면서 지배주주 지분 분산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의 주주구성을 보면 총수인 박정원 회장 지분은 7.64%, 동생인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 5.5%, 두산연강재단이 3.09%다. 그 밖에 박진원, 박용성, 박용현, 박석원 등 친족집단을 합치면 총 39.99%다.
오너 한 명에게 지배력이 쏠리기보다 오너 가문의 사람들에게 분산된 형태다. 그룹 경영방식이 각자 한자리씩 담당하는 친족경영으로 이뤄진 이유다. 두산이 지배력이 오너에 집중돼 있지 않고 친족경영이란 집단지도 체제로 가는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현재 두산 오너 가는 4세 경영까지 내려온 상태다. 두산그룹 4세대의 승계는 2000년 경영권 승계 시작→2007년 소유권 1차 승계 완료→2016년 경영권 승계 완료→2019년 소유권 승계 최종 완료 등 20년에 걸쳐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을 떠났고 두 아들 박경원 전 성지건설 부회장과 박중원 전 성지건설 부사장도 두산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 빠졌다. 그 후 2022년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과 두 아들,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과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가 블록딜 방식으로 보유주식 129만6163주(지분 7.84%)를 전량 처분한 뒤 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럼에도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등 '용'자 항렬의 3세대와 박정원 회장, 박지원 대표 등 '원'자 항렬의 4세대들의 지분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을 확실히 장악하려면 가문 전체의 도움이 필수인 상황이다.
아울러 두산그룹은 박용오·용성 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100년 전통의 '가족영영'이 일순간 무너지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룹 전반은 물론 오너 일가의 도덕성마저 치명타를 입은 까닭에 경영일선 동반 퇴진이라는 승부수로 돌파했다. 다만 그 이후 친족 간의 지분 정리는 더 요원해졌다.
◇유동성 위기 후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도 약화돼
두산 오너 가의 그룹 전체 지배력이 높은 편은 아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4년 두산그룹의 내부지분율은 34.39%로 공시대상기업집단(88개) 평균 61.4%보다 크게 낮다. 특히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 평균이 61.1%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두산그룹에서 오너 가문의 지배력이 낮아진 시점은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체제가 들어섰던 2022~2023년쯤이다. 2022년 39.08%, 2023년 34.22%으로 하락했다. 그만큼 외부자본이 많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그룹 입장에선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는데 도움이 됐지만 오너 가문 입장에서는 그룹 장악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의미다.
두산그룹이 그룹 캐시카우로 꼽히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거듭 추진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딜은 두산에너빌리티는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로봇·기계 사업의 시너지를 모색한다는 계획 하에 세워졌다. 개편안대로만 되면 두산밥캣에 대한 지주사 두산의 실질지배력은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낮은 내부지분율이 걸림돌이 됐다. 당초 계획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소액주주의 반발이 거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소액주주 비중이 높았던 만큼 반향이 컸고 결국 우려를 잠식시키진 못한 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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