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매물 넘쳐도 바이아웃 투자 쉽지 않아 기업가치 높이기 어려워..재매각도 IPO도 난항
이 기사는 2010년 04월 07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이후 숱한 매물이 출현했음에도 불구, 정작 새 주인을 찾은 저축은행의 수는 손에 꼽힌다. 이 가운데 2~3건은 새로운 전주(錢主)가 아닌, 사정이 그나마 나은 동종업계 저축은행이 떠 맡거나 아니면 업계 전반이 증자에 참여해준 사례에 불과하다.
오히려 MOU를 체결한 이후에도 매각이 파기되거나 수년째 매각이 지연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저축은행이 업종특성상 M&A의 선결조건인 '기업가치 개선방법' 확보가 쉽지 않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일단 매물로 등장한 저축은행이 상당 규모의 부동산PF대출 잔액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건설경기 회복'이라는 원천적인 해결책(?)이 등장하지 않으면 당장의 증자 이후에도 추가적인 자금투입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즉 지금은 우량한 사업장으로 평가했는데 건설사들의 추가부도 등으로 새로운 부실사업장이 나타날 경우 또 다시 자금투입이 필요해진다는 것.
게다가 부실을 어느 정도 메웠다고 해도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기업가치를 높일 방안도 많지 않다. 아직까지 저축은행 업계가 PF대출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사모펀드 등을 위시한 재무적투자자(FI)의 저축은행 인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FI의 경우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서는 저축은행 인수후 기업가치를 올려 재매각 또는 상장(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속적으로 저축은행을 경영하며 막강한 수신기능을 활용하거나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전략적투자자(SI)와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영업구조 개선을 확신하지 못한 다음에야 고가의 재매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IPO 역시 마땅한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장된 저축은행들 대다수의 PBR이 0.7~0.8배를 넘기지 못하는 점이 증거"라고 지적했다. 즉 자산대비 주가상승폭이 제한돼 있고 상당한 성장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업종이다보니 상장이 되더라도 구주매출을 통한 수익확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예외가 없지는 않다.
업계 관계자는 "PF대출 부실이 낮은 우량 저축은행이거나 혹은 건설경기 회복때까지 인수자 혹은 매물이 버틸 체력이 된다는 조건만 충족할 경우 SI뿐만 아니라 FI들도 저축은행 M&A를 통한 자본이득(Captial Gain)을 기대할 만 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기관투자가 중 일부는 수년 뒤의 고수익을 예상, PF사업장이나 관련대출을 저가에 인수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그간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쌓인 불신, 그리고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불확실한 PF리스크다. 주요 연기금들 역시 수차례 저축은행 투자를 검토하다가도 이런 리스크로 인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저축은행의 원활한 매각과 이를 통한 회생가능성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하나는 '명확한 시장논리의 적용'이다. 서민금융기관이라는 '혜택'탓에 제때 적용되지 못한 냉정한 시장논리를 회복, 저축은행들 스스로 리스크를 감내시켜야 한다는 것. 그래야 우량회사와 부실회사가 도매급으로 취급되고 업계 전반이 불신을 얻는 상황이 해소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요인은 업계 스스로 새 먹거리를 발견하는 일이다. 즉 저축은행 인수 이후 PF대출 등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사업성을 키워나갈 분야가 확보돼야 밸류업을 기대한느 새 주인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 투자와 리스크 관리를 함께 경험해본 글로벌IB수준의 인력이 저축은행을 경영한다면 새로운 모델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지금 업계에 필요한 건 귀감이 될 만한 새로운 저축은행 경영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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