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9월 14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배구조개선법이 우선 순위가 밀렸다. 빨리 법률을 제정해야 혼란을 줄이고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금융감독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안 제정이 지연되면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은 작년 3월.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당시 "금융회사의 경영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제정, 9월까지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었다.

이후 작년 6월 금융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 발표와 공청회가 이어지면서 법안 제정은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작년 9월 신한금융지주 사태가 터지면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대한 보완을 위해 법안 제출 시점은 올 상반기로 늦춰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올 초 취임 이후 지배구조개선법을 연내 처리할 뜻을 밝혔다. 올해 2월 신한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서 내부 파벌 경쟁이 벌어졌을 때에는, "금융산업의 리스크 가운데 가장 큰 리스크는 CEO 리스크"라면서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까지 했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하며, CEO 리스크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사태와 이로 인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 가동으로 지배구조개선법 법안 추진 작업은 중단됐었다.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늦다고 질책했던 감독당국이 정책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4일 "부처 의견을 받아 지배구조개선법 법안 조문 작업을 하고 있다"며 "부처 간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말께나 입법예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개선법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감시기능 제고, 이사회의 권한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지배구조개선법의 국회 제출은 빨라야 내년 초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지배구조개선법 제정이 늦춰지면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은행권은 지난 5월 '지배구조내부규범'을 제정했지만, 은행을 제외한 다른 권역은 지배구조 내부규범 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CEO 리스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영승계프로그램 제정 작업은 진도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일처리 과정에서 지배구조개선법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다"며 "법안 제정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혼란을 줄이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정하는 데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