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IB 풍향계]담당 IB 이탈에 FI 구주매각, 상장예비기업 '시름'수익 실현 배경, 퇴사 전 인센티브 '다수'…자발적 락업 물량 감소 '불만'

양정우 기자공개 2024-06-14 07:16:1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상장예비기업이 재무적투자자(FI)의 구주매각 행보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FI가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사전 엑시트에 나선 게 아니라 담당 인력이 이직에 따라 회수 결정을 내린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투자사를 중심으로 실적 저조에 따른 인력 감축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직이 예정된 비상장사의 투자 담당자는 인센티브를 청구하고자 IPO가 예고된 업체라도 구주매각을 강행하고 있다. 상장예비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보호예수 물량이 줄어드는 결과여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상장 예심 청구 예고에도 구주매각…퇴사 전 성과급 쌓는 행보 '적지않네'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A 증권사는 B 기업의 구주를 처분하고자 주요 기관 투자자를 접촉해왔다. 이 비상장사는 연내 상장 예비심사의 청구가 확정된 터라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몸값이 껑충 뛸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B 기업의 구주는 빠른 속도로 매각이 일단락됐다.

비상장사인 C의 오랜 FI였던 D 투자 기관도 느닷없이 보유 물량을 대거 정리하기 시작했다. C의 상장 예심 청구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일부 지분의 수익 실현으로 여겨졌으나 뜻밖에도 절반에 가까운 주식을 장외 거래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처분했다.

문제는 이런 구주매각의 배경에 하우스 투자 담당자의 이직이 자리잡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이다.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평가차익만 추정될 경우 투자 인력은 인센티브를 청구할 수 없다. 엑시트 전에 퇴직 절차가 마무리될 때도 사후적으로 성과급을 요구하는 게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상장예비기업의 구주라도 회사를 옮기기 전에 팔아치우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한 비상장사 대표는 "오래 전부터 구두로 자발적 보호예수를 약속했던 투자 기관 담당자가 이직을 결심해 구주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통보했다"며 "전량이 아니라 절반 정도만 처분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지만 인센티브를 챙기고자 싼값에 대규모 물량을 정리하는 행보가 비도덕적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만일 투자 기관이 펀드 만기 등의 사유로 구주매각에 나선다면 시장의 상도의를 어긴 것으로 지적할 수 없다. 하지만 투자 담당 인사의 개인적 성과급을 확보하고자 구주매각에 나서는 건 정상적 운용 행위로 평가받기 어렵다. 더구나 IPO가 임박한 업체라면 통상적으로 주식에 시장성이 가미되면서 주가의 상승 여력이 확대된다. 하우스 입장에서는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으로 여길 수 있는 셈이다.
올해 신규 상장한 엔젤로보틱스의 주가 흐름.

◇상장예비기업, FI 구주매각 이슈 민감…개인적 인센티브 동기, 상도의 '어긋'

상장예비기업의 최대주주와 다른 FI의 입장에서는 이런 구주매각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상장예비기업은 통상적으로 핵심 FI를 중심으로 자발적 락업(보호예수) 물량을 확보해 나간다. IPO 직후 유통 주식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오버행 이슈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놓아야 상장 흥행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주매각에 따라 IPO 직전 새롭게 주주로 합류한 투자사는 대부분 상장 첫날 투자회수에 나서는 선택을 내린다. 대규모 물량을 가진 FI도 아닌데 자발적 보호예수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데다 근래 IPO 시장의 주가 흐름을 감안해도 상장일에 모두 엑시트에 나서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근래 들어 공모주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다가 수개월 내에 가파르게 하락하는 패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상장 첫날 전액 회수에 나서는 방향으로 구주 투자에 나서는 기관이 적지 않은 이유다.

한 IPO 본부장은 "투자 담당자가 퇴직 전 본인의 인센티브를 얻고자 구주매각에 나서는 건 내부적으로 엄격하게 다뤄야할 사안"이라며 "하우스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건 차치하더라도 상장 흥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상장예비기업과 다른 주주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