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라리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뻔했습니다."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토로했다. 컨퍼런스콜을 통해 생산능력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알린 뒤였다.
생산능력 목표를 낮추는 일은 기업의 사정 혹은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두 사안에 별다른 장애물이 없다면 투자계획을 조정할 이유가 없다. 이차전지 업체 중에서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보 계획을 아예 밝히지 않는 곳도 있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의 생산능력 목표 조정은 명백히 후자의 영향이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조정하자 배터리사들의 공급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그 여파가 소재사에도 미쳤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투자계획을 미루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 중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양극재 대표 기업들은 모두 투자계획을 재검검하는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 하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화학·포스코퓨처엠은 이미 양극재를 포함한 배터리 소재 투자를 조정한 상태다. 양극재가 아닌 분리막(SK아이이테크놀로지), 동박(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SK넥실리스) 등 이차전지 밸류체인에서 전방위적 투자계획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실적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 언급된 소재사들 모두 올 상반기 일제히 실적 악화를 겪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둔 배터리사들은 그나마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수령해 실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현지 투자를 시작하지도 못한 소재사들에게는 먼 얘기다.
사실 소재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지금처럼 투자계획을 수정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일이 최선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완전히 기다리고만 있지는 못한다. 물밑에서 시장 반등 시기에 원활한 사업 진행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좋은 사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투자계획은 다소 지연된 상태다. 투자를 서두르기보다는 계획을 더 완벽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신식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친환경 발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로 공장이 최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한다.
결국 불황을 잘 지내는 법은 물 들어올때 저을 노를 단단하게 하는 일 아닐까. 반등을 기다리는 이차전지 소재사들이 불황을 잘 지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김위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한화오션 '조달 다각화', 500억 규모 사모채 발행
- [IPO 모니터]와이즈넛, 밴드 하단 아래서 공모가액 결정
- SK이노 자회사 인천석유·지오센트릭 나란히 공모채 발행
- [IPO 모니터]상장 일정 지연 위너스, 투심 회복 가늠 '전화위복'
- [Rating Watch]에코프로 크레딧, 신용평가사는 '고민중'
- 기업어음 발행금액 5조, 연초부터 시장 '문전성시'
- [Deal Story]올해 첫 공모채 수요예측 흥행, 포스코 언더금리 확보
- 회사채 차환 준비 예스코홀딩스, 증액 발행 나선다
- [IB 풍향계]IPO 실적 주춤 대신증권, 올해는 반등 성공할까
- [thebell League Table]NH증권 4년 연속 1위…'양강' 쏠림 현상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