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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인맥 리더십]질 개선 성과 가시화, 회장으로서 보여준 품격③본업 경쟁력 강화 숙제 해결, 알리바바그룹과 이커머스 승부수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06 07:46:11

[편집자주]

재계 '소통왕'으로 불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인맥 활용법이 최정점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만남은 단순 이벤트를 넘어 유통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벨은 글로벌 리더십과 경제적 기회 창출의 중요한 연결점이 될 '15분 회동'의 의미와 영향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과거 재계의 SNS 헤비 유저(Heavy User)로 통했다. 인스타그램을 비즈니스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을 뿐 아니라 맛집과 취향을 공유하는데 진심이었다. 댓글로 팔로워들과 직접 소통하는 재벌가의 '이슈메이커'였다.

신세계그룹을 친근하면서도 혁신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를 강화시켰지만 그룹의 실적이 악화되자 SNS 활용법이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대내외적인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던 정 회장의 행보에 기류가 감지된 것은 회장으로 승진한 올해 3월부터다. SNS 활동을 중단한 후 경영에 집중했다.

그룹 내 주요 사업군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개편에 돌입했다. 연말 들어 노력의 결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 12월 셋째 주 미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 후 알리바바그룹과의 합작 법인 설립이라는 첫 번째 결과물도 내놨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 강화를 통해 그룹의 전략적 슬로건인 '신세계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 이마트 7월 출범과 신세계건설 상장 폐지, 수익성 강화 기반 마련

정 회장은 3월 회장 취임 이후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가장 집중했던 것은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이마트의 수익성 개선 프로젝트로 꼽힌다. 2023년 이마트는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창사 후 첫 적자를 냈다.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이 미분양 사태로 1800억원대 손실을 낸 것이 타격이 컸지만 이커머스 등장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대형마트 사업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위기감을 느낀 신세계그룹은 2024년 정기인사를 조기(2023년 9월)에 단행했고 같은 해 11월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경영전략실도 전면 개편했다.

조직과 시스템, 업무 방식의 바꾸면서 변화의 첫 단추를 뀄다. '신상필벌'과 '성과주의' 원칙 아래 경영진 수시 인사를 도입해 조직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후 이마트는 '가격파괴 선언'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격 주도권을 확보했다.
단위:억원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4월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매입 부문을 통합하는 개편을 실시했다. 7월 1일자로 통합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합병)을 출범 시킨 후 통합 매입 조직의 체계를 팀에서 카테고리로 변경해 전문성을 높였다. 고객들에게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공급하려는 대형마트업의 본질에 집중한 움직임이었다.

오프라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기존 점포 리뉴얼도 추진했다. 고객 체험 공간을 확대한 미래형 점포로 재단장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렸다. 이마트 죽전점은 '스타필드 마켓'으로 재단장한후 신규 고객 유입뿐 아니라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마트가 기지개를 켠 만큼 내년에는 오랜만에 신규 출점도 단행할 예정이다.

이마트 집중 케어 효과는 실적에도 드러난다. 2024년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4% 증가한 1117억 원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사업을 볼 수 있는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228억원이다. 2020년 3분기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이다. 비용 절감과 투자 효율성 제고를 통해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9월에는 이마트 연결 실적 부진의 진원지로 꼽히는 신세계건설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부실 프로젝트 등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정 회장이 오너십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그룹 전반의 재무 안정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쓱닷컴 풋옵션 분쟁 해결, 지마켓 중국 자본과 맞손 통해 '심폐소생'

정용진 회장의 2024년의 가장 돋보이는 성과는 단연 '이커머스' 분야다. 상반기에 가장 굵직한 이슈라면 쓱닷컴(SSG.COM) 풋옵션을 둘러싸고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분쟁을 해결한 건이다.

쓱닷컴은 배우 공효진과 공유의 광고로 한동안 유명세를 치렀던 쓱닷컴은 2018년 약 1조원 규모의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더욱이 신세계그룹의 유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쿠팡,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강자들이 물류 투자 강화 및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면서 주연으로 떠올랐고 쓱닷컴의 성장곡선은 우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FI들과 약속했던 2022년 기업공개(IPO)를 진행하지 못했다. 기업가치는 계속 하락했다. 결국 FI들은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마트가 쓱닷컴 지분 30%를 약 1조원에 매수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마트와 FI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갈등이 생겼지만 해결책을 찾았다. FI들이 보유한 쓱닷컴 지분 30%를 올해 말까지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하면서 이마트는 풋옵션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정 회장은 수시 인사를 통해 쓱닷컴과 지마켓의 대표를 교체했다.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이커머스 사업에서 반전 드라마를 쓰기 위해 정 회장이 칼을 빼들었다. 티메프(티몬과 위메프)사태가 발생하면서 반사 이익을 누렸지만 쓱닷컴과 지마켓의 사업을 반전시킬 핵심 전략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정 회장은 때를 기다렸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의 짧은 회동 혹은 5박 6일간의 체류 기간동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력 인사들과 시간을 보낸 직후 중국 자본과의 협력 소식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사실상 충격을 줬다.

미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복귀한 정 회장은 알리바바그룹과의 협력을 빠르게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이사회에서 합작 법인 설립을 결의한 후 공표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주니어와는 충분히 상의가능한 이슈였을 것이다.

지마켓 인수 후 겪었던 '승자의 저주' 문제를 해소한 이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회장의 다음 행보와 구체적인 결과물이 무엇일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 측은 "미국 회동과 관련이 있는지 등에 대해 답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며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조성해 G마켓의 차별화 된 고객경험 혁신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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