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무브먼트]사조대림, 자사주로 389억 확보…오너가도 나섰다주지홍 부회장 블록딜로 지분율 3% 허들 넘겨, 정기 주총 대비 카드로 해석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06 07:38:21
[편집자주]
국내 유통업계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시장 재편 속에서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오너가 2·3세들은 경영 참여와 지배력 확대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업계 흐름을 바꾸고 있다. 더벨은 오너가(家)의 행보 속 숨겨진 전략과 변화의 행간을 읽으며, 유통업의 미래 방향성과 경영 전략의 핵심 포인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3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대림의 자사주를 활용한 유동성 확보 작업에 주지홍 부회장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규모 M&A 후유증에 따라 약화된 재무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열사 대상으로 자사주를 팔아 수백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자사주를 활용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평가받지만 주 부회장이 사재를 털어 주식을 확보한 것은 다른 의미로도 읽힌다.특히 사조대림의 자사주를 주 부회장이 매입하면서 제한됐던 의결권이 활성화됐다. 향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주 부회장이 안건 결의 등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는 주요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주주명부 폐쇄일 이전 매입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조대림은 지난해 12월 26일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8만5000주를 시간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거래를 마쳤다. 당초 '자사주 처분 결정' 공시가 나올 당시에는 거래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이사회 회의록에는 주지홍 부회장을 명시한 상태였다.
2025년 3월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거래는 당일(2024년 12월 26일) 주 부회장이 37억1875만원의 값을 치르며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주 부회장이 블록딜로 8만5000주를 매입하면서 보유 지분율은 2.61%(23만9124주)에서 3.54%(32만4124주)로 확대됐다.
사조대림은 그룹의 식품 사업 핵심 계열사다. 주지홍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M&A에서 '주연'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룹의 밸류업의 8할을 담당하는 효자다. 지난해 6월 중순 미국에 냉동김밥을 수출과 푸디스트 인수 효과 등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7월 초 시가총액이 90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계속 타면서 4만원대로 내려왔지만 최근 1년간 2만원 후반대와 3만원 초반 박스권에 형성된 것과 비교해서 높은 편이다. 이는 사조대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요 계열사뿐 아니라 사조대림 자체적으로도 재무 개선에 큰 힘을 받았다. 사조대림의 주요 계열사이자 캐슬렉스서울과 사조씨푸드 등이 1주당 8만원대에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했다.
주가가 하락세에 접어들자 사조대림도 빠르게 자사주를 정리했다. 2024년 8월 6일 주당 5만7700원에 30만주를 승계의 최상단에 있는 계열사인 사조시스템즈에 팔았다. 173억원 규모다. 이후 7월에 장내에서 8만원대에 주식을 팔아 현금을 손에 쥐었던 사조씨푸드에 1주당 5만9600원에 자사주를 매각했다. 178억8000만원 규모다. 이번에 주 부회장에게 판 자사주까지 포함하면 총 389억원을 확보했다.
주 부회장의 이번 거래는 사조그룹의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와 연결을 지을 수 있다. 사조그룹은 계열사들끼리 지분을 상호 보유하고 있는 복잡한 지배 구조를 띄고 있다. 특히 주주총회에서 소액 주주들의 도전을 받고 있는 만큼 주요 안건을 결의하기 위해 계열사끼리 지분율 3%를 만드는 것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 주 부회장도 주주명부 폐쇄일 직전에 이 같은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주총회 준비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주 부회장이 이를 매입하면서 의결권이 활성화된다. 3% 이상의 지분은 주주제안권, 임시주총 소집 요구권 등 특정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된다.
2025년 3월 개최될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 관련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계열사인 사조산업이 짠물 배당금 이슈로 소액 주주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전반적으로 사조그룹은 주주환원보다는 내부자금 확보와 재투자에 방점을 두는 경영 방식을 고수하면서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 차원의 밸류업 프로그램 실시와 맞물려 소액 주주들이 사조대림에 배당성향 확대 등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부회장으로서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하고, 경영권 방어와 그룹 내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빠르게 자사주를 매입해 지분율 3%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사조대림 측은 자사주 처분 목적에 대해 "기업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 개선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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