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뉴노멀 시대 유통가는]수입처 다변화·결제 화폐 변경…가격 잡기 총력[대형마트]해외 선박 출발 단계서 환율 반영, 바잉 경쟁력 강화 필수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06 07:36:59
[편집자주]
1472.3원. 2024년 12월 마지막 거래일 원·달러 환율 종가다. 외환 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트럼프 2.0 시대'와 한국의 불안한 정치적 요소가 더해지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 이었던 1달러 1400수준을 넘어 1500원에 바짝 다가서는 등 강달러 현상이 뉴노멀(새 기준)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더벨은 고환율 영향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유통가의 현 상황과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2023년 초 이마트는 스페인산 오렌지를 들여왔다. 국내에 들어오는 오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산이 90%를 차지한다. 이상 기후로 수확량이 대폭 줄었고 환율이 크게 오르자 발렌시아 오렌지로 유명한 스페인으로 발길을 돌렸다.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오렌지를 들여오려면 배로 40일(미국 20일)이 걸린다. 오는 길에 많은 양이 썩어버리지만 남아 있는 물량만 팔아도 미국산 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며 가장 긴장한 곳 중 한 곳이 대형마트다. 수입 과일이나 육류 제품 등을 취급하는 영향에 환율 변동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간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트 3사 바이어 모두 수입처 다변화 등을 위해 발로 뛰었다.
단기 이슈 대응에 그치지 않고 고환율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결제 화폐를 변경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둔 상태다.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한 곳도 있지만 판매가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를 다각도로 고민하면서 환율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선박 해외 출항 단계서 환율 반영, 수입과일 소량 판매 전략
대형마트에서 환율에 영향을 받는 항목은 수입과일, 수입축산(냉동육, 냉장육) 등의 해외 직소싱 항목이다. 해외 소싱 상품은 대략적으로 '발주→결제→출항→입고→판매'를 거친다. 환율이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소싱 국가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선박 출항일 기준으로 결정이 된다. 사전 예측이 어렵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어 판매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수입 과일의 경우 품목별로 운영하는 시점이 다르다. 오렌지와 바나나의 경우 거의 연중으로 판매되는 제품으로 매주 컨테이너를 통해 입항된다. 매주 환율에 영향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오랜 기간 판매를 하면서 공급처를 늘렸고 가격 협상력을 키워둔 상태인 만큼 환율 변동에 따라 영향이 큰 상태는 아니다.
다만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오렌지는 매년 3월을 제철로 꼽는다. 매년 9월부터 2월까지 국산 감귤 보호를 위해 50%의 계절관세가 부과되는데 이 관세가 해제되는 시기가 3월부터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은 물량이 나와서 오렌지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으나 고환율 여파로 물류비 등이 상승하면서 과거 스페인 등 대체 가능한 산지를 찾은 사례가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는 것이 현실화 될 경우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형마트들은 수입처 다변화 외에도 수입 과일 가격을 올리거나 소량 판매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환율이 반영되면서 수입과일 물가가 약 15% 상승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체리, 블루베리를 소용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작아도 맛있는 수입 과일' 시리즈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판매하는 수입 과일과 비교해 과실이 작은 상품으로 구성하는 대신 판매 가격은 20% 이상 낮춘 물가 안정 상품이다. 기존에 운영하지 않던 규격의 상품을 신규 도입하고 매입량을 확대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선도 중요한 냉장육 수입처 다변화, 미국산→캐나다산 대응
최근 고환율 상황에서 가장 영향을 받은 항목은 축산 항목이다. 냉장육의 경우 선도 문제 때문에 주간 단위의 발주가 진행된다. 매주 환율에 노출된 만큼 원활한 영업을 위해서 새로운 공급처 찾기에 팔을 걷고 있다.
이마트는 수입 냉장 돈육(캐나다 90:미국 10)을 직소싱하고 있어 환율 인상이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수입산은 냉장 돈육 전체 매출의 10% 내외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 판매가를 인상할 예정은 없다.
냉동육의 경우, 장기 보관 및 비축이 가능함에 따라 환율, 관세 등을 고려할 여유가 있다. 환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시기를 고려해 통관 시점을 조정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에 소싱처를 다변화 했기 때문에 현재는 국가별/소싱처별 가격비교를 통해서 소싱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도 수입 산지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출하 두수 감소와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전년대비 시세가 7% 가량 상승한 상황이다. 고환율 영향으로 시세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캐나다산 냉장 소고기를 대체재로 활용하고 있다.
호주산 냉동 LA갈비보다 10% 이상 저렴한 뉴질랜드 냉동 LA갈비도 판매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주산 소고기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대응할 계획이다.
◇결제 통화 변동성 낮추기 필수, 바잉 파워가 곧 경쟁력
대형마트 3사 모두 결제 통화의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각 사 관련 팀에서 장기적으로 각 국가별 환율 추이를 살피고 있으며 안정적인 화폐로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소싱팀에서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원·유로 및 원·달러' 환율 추이 혹은 '원·달러 및 원·호주달러' 환율 추이 등을 살펴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각 통화별 변동폭이 작으며 안정적인 화폐로 결제를 검토하여 진행하고 있다. 2022년 11월 장중 1400원을 돌파했을 당시 호주산 오렌지의 경우 달러 대비 약세인 호주달러를 활용해 결제를 진행하며 약 5%의 비용을 절감했다.
홈플러스는 일부 상품의 경우 달러가 아닌 원화 기준의 연간 계약을 통해 환율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매 흐름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수입가 이하로 시세가 형성되는 품목을 실시간 매입 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판매가를 책정하는 요소에는 판관비, 프로모션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즉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는 아니다"며 "하지만 대형 마트들은 통합 구매 및 협상력 강화 등의 활동을 통해 고환율로 인한 비용 상승 압박을 완화하고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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