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보드]정용진 회장, 이마트 이사회 책임경영 '언제쯤'모친 지분매입 예고 대주주 지배 강화, 2013년부터 미등기 경영권 행사만
이우찬 기자공개 2025-01-16 07: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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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이사회 경영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정 회장이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에게서 지분을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내세운 책임경영 논리가 이마트 이사회 쪽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정 회장은 이마트에서 10년 이상 미등기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마트 계열 쪽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일가 경영인이지만 일각에서 미등기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계열분리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 회장이 이마트 등기임원에 복귀할지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 회장은 오는 3월 시간외거래 방식으로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10.0%)를 주당 7만6800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2140억원어치다. 지분 매입은 정 회장과 그의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계열분리 플랜에서 나온 후속 성격으로 분석된다. 지분 매입이 마무리되면 정 회장의 이마트 지배력은 강화된다. 19%의 지분율은 약 29%로 상승한다.
정 회장 쪽의 명분은 최대주주의 책임경영이다. 이마트 측은 언론에 "주식 매매 계획은 정 회장이 이마트 최대주주로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고 밝혔다.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동안 이사회 경영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있었다. 2024년 9월 말 기준 이마트의 사내이사는 한채양 대표, 임영록 신세계 경영전략실장, 전상진 지원본부장(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 맡았다. 정 회장의 이름은 없다. 정 회장은 10년 이상 미등기임원으로 경영권만 행사하며 적지 않은 보수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12년까지 그룹에서 등기임원이었다. 그해 말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허인철 대표(현 오리온 부회장)와 각자대표 체제를 이뤘다. 정 회장은 ㈜신세계에서도 대표를 맡았었다.
앞서 2006년 부회장 직급을 단 뒤 2010년 3월, 2011년 5월 각각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2012년 검찰이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을 이유로 정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수사에 착수(정 회장 불기소 처분)했고 정 회장은 2013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등기임원에서 내려왔다. 이후 지금까지 미등기임원 상태다.
등기임원은 기업 최종 의사결정의 요체인 이사회 구성원으로 법인등기부등본에 등록돼 이사회 활동을 한다. 특히 상법에 따른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선임되며 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의 주체가 된다. 반면 미등기임원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이사회 의결권도 없다. 외부 평가기관은 오너일가의 책임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등기이사 선임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대신경제연구소는 2020년 9월 당시 신세계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경영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총수일가가 임원으로 등재되지 않은 것은 경영권 행사에 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해 3월 "정 회장은 그동안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등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영 위기를 초래했다"며 "이사회 참여를 통해 책임경영을 실현하라"고 요구했다.
이마트는 2023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듬해 초 정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데 포럼 측이 내놓은 논평이었다. 포럼 측은 이마트 주주들이 미등기임원인 정 회장의 경영성과에 관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책임경영이라는 큰 틀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일가는 등기임원으로 전면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업과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 회장 측은 대주주 차원에서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사재를 활용해 지분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실적 개선, 기업가치 제고에 신경 쓰겠다는 의미다"며 "최대주주로 무한 책임을 갖고 기업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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