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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 100년의 유산]식품에서 시작된 사업 다각화, 100년 '스페셜티' 방점①'선택과 집중'으로 재편된 핵심사업군, 고기능 사업으로 합쳐져

윤종학 기자공개 2025-01-17 07:57:28

[편집자주]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은 국내 대표 장수기업이다. 창립 초기에는 식품과 섬유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지만 현재는 식품과 화학, 의약바이오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101살이 된 삼양그룹은 각 부문의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을 키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삼양그룹의 지난 100년 역사를 통해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과정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스페셜티 사업의 개발 배경 및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삼양그룹 본사 사옥 앞에는 수령 500년이 넘은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지키고 서있다. 수백 년에 걸쳐 여러 갈래로 뻗은 나뭇가지들은 언뜻 보기에 각기 달라 보이지만, 실상은 줄기를 중심으로 서로 촘촘하게 이어진 연결망과 같다.

삼양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이 은행나무를 연상케 한다. 창립 초기에는 식품과 섬유 사업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식품과 화학, 의약바이오 사업을 모두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격이 다른 각 사업은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막상 한 세기에 걸친 역사를 살펴보면 나무줄기처럼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 '삼수사'에서 '삼양그룹'까지 한 세기, 스페셜티 사업 토대 닦아

삼양그룹의 시작점은 삼수사(三水社)다. 창업주인 김연수 회장은 1924년 10월 기업형 농장인 삼수사를 설립한다. 농지를 조직화하며 1931년까지 총 7개의 농장을 조성하는 등 사업이 확장되자 삼수사는 사명을 삼양사로 변경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 등으로 사업의 부침을 겪던 삼양사는 사업 전환을 모색하게 된다. 다양한 식품사업 중 제당과 알코올, 수산 제조, 화학, 조미료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는 제당과 한천 두 가지로 사업영역을 좁혔다. 삼양그룹의 모태사업인 식품사업의 시작점인 셈이다.

1960년대에 들어서며 삼양사는 화학섬유 사업에 진출한다. 전주방직사를 인수해 삼양모방주식회사를 출범시켰다. 삼양모방은 초기에는 천연섬유를 제조했지만 수익성 부진을 겪으며 화학섬유분야에 집중하기로 한다. 특히 폴리에스테르에 주목해 국산화에 나섰다.

식품에서 섬유로 사업을 확장한 삼양사는 1980년대까지 두 사업을 핵심축으로 두고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1969년 관리부, 판매부, 기술부, 견방부 등 4개 부서로 구성된 섬유본부를 신설하고, 1973년에는 업무부, 당업부 수산부 등을 포함한 식품본부를 만들며 양대 사업본부 체제를 확립했다. 이후 1975년 김상홍 회장과 김상하 사장이 선임되며 2세 경영시대가 열린다.

1988년 삼양그룹이 공식 출범하며 현재 사업구조의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한다. 삼양그룹의 조직을 식품본부, 섬유본부, 화학본부 등 3본부 체제로 전환해 화학부문을 키우는데 힘을 실었다. 동시에 석유화학, 의약, 생명공학, 정밀화학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식품에서는 신한제분을 인수해 제분사업에 진출했고, 합작사인 삼남석유화학을 설립해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인 TPA 생산을 개시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카보네이트수지 등 현재 삼양그룹의 화학사업 기술력을 갖추기 시작한 시기다.

삼양그룹은 1990년대 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위해 의약바이오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국내 중견 제약회사인 대하신약의 주식 25%를 인수하고, 미국의 테라테크와 자본참여로 약물전달기술 개발과 협업체제를 구축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의료용구 수입 판매를 위해 삼양메디케어를 설립하고 의약팀을 신설하며 의료용품 시장 진출을 강화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삼양그룹은 김윤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오너 3세 체제에 돌입한다. 이 떄부터 삼양그룹은 식품, 화학, 의약바이오, 신사업 등 4대 핵심사업군을 재편하게 된다. 특히 식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의약 분야의 소재를 중심으로 성장을 이끌 전략을 수립했다. 가공유지사업에 진출해 식품소재 영역을 확대하고 BPA 생산 전담 법인 삼양이노켐 설립해 화학부문에 힘을 실었다.

여러 줄기로 갈라져 자라나던 사업들은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기술력이 집합되며 스페셜티 사업으로 확장된다. 현재 화학, 식품, 의약바이오, 패키징 등에 스페셜티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1960, 1970년대 식품, 화섬사업 등에서 개발한 기술을 단초로 알룰로스(식품), 이온교환수지(화학), 이소소르비드(화학), 봉합원사(의약바이오) 등에 몰두하고 있다.

◇새로운 100년 준비 '스페셜티'…오너 4세 경영 초읽기

삼양그룹은 2024년을 기점으로 한 세기를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다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식품 회사에서 시작해 화학, 의약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면 이제는 각 부문의 스페셜티 사업을 키우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스페셜티 사업으로의 전환은 2021년부터 준비 기간을 거쳐왔다. 삼양그룹은 5년 단위로 성장 계획을 수립하는데 2021년 중장기 성장전략인 '비전 2025'를 발표했다.

비전 2025는 2025년까지 헬스앤웰니스, 디지털, 친환경을 성장 테마로 삼고 글로벌 스페셜티 솔루션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존의 식품, 화학, 패키징, 의약바이오 사업 구분을 벗어나 수요산업 관점에서 사업을 재정의했으며, 헬스앤웰니스 관련 신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골자다.

2025년은 삼양그룹이 새로운 100년을 향한 첫 해이자 중장기 성장전략인 '비전 2025'의 성과를 마무리하는 해다. 김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수년간 반복해서 강조해온 3대 경영방침인 글로벌 스페셜티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현금 흐름 중심 경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를 모든 업무에 최우선으로 고려해 달라”고 말하며 스페셜티 중심 경영의 기조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삼양그룹이 스페셜티 중심 사업으로 재편하며 오너 4세 경영도 초읽기에 들어서고 있다. 오너가 4세 중에는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이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후 첫 번째로 단행한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화학그룹을 1,2그룹으로 분리시켰다. 동시에 김 사장이 화학2그룹장을 겸직하기로 했다.

화학2그룹은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 소재 전문기업 삼양엔씨켐과 퍼스널케어 소재 전문기업 케이씨아이(KCI), 지난해 인수합병한 글로벌 케미컬 기업 버든트(Verdant) 등 스페셜티 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로 구성됐다. 향후 그룹을 이끌어갈 김 사장에게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스페셜티 사업을 맡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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