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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성장 전략 대전환 선포 1년]'절체절명의 위기' 속 신동빈 회장의 선택과 집중⑦상반기 VCM, 절실해진 위기의식 투영…신사업 대신 '고강도 쇄신' 택했다

윤종학 기자공개 2025-01-17 07:45:03

[편집자주]

2024년 1월 말,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CEO의 메시지는 기업의 생존과 도약에 있어 결정적이다. 신 회장의 발언 이후 그룹 내부에 긴장감이 돌았고 작년 말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은 전략 실행에 불을 붙였다. 더벨은 신 회장의 메시지 이후 숨 가빴던 롯데그룹의 1년간의 행보를 분석하고 향후 전략 방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0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5년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Value Creation Meeting)을 통해 또 한번 고강도 쇄신 의지를 피력했다. 롯데 VCM은 롯데그룹이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개최하는 경영전략 회의다. 그룹의 최고 경영진과 계열사 대표들이 모여 경영전략과 중장기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로, 신 회장의 메시지를 통해 향후 롯데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지난해 롯데 성장전략의 대전환을 선포한지 1년여가 흐른 시점인 만큼 어느 때보다 신 회장의 입을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 VCM 메시지와 비교하면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위기의식이 더욱 고조됐다. 또한 신사업 투자 등 외형성장 대신 고강도 쇄신을 기반으로 한 내실다지기에 주안점을 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절체절명의 위기', 더욱 엄중해진 상황판단

신 회장은 2025년 롯데그룹이 걸어가야할 길이 전년보다 험난하다고 진단했다. 롯데그룹이 처한 상황을 놓고 지난해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이라 평했다면 올해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바라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는 지난해말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의 현주소를 엄중히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말 주요 계열사의 실적부진과 차입금 증가 등을 이유로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됐다. 이후 롯데그룹은 위기설 불식을 위해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효율화 등에 몰두하고 있다.

신 회장은 VCM에서 “지난 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며 “빠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 냉정한 현실판단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신 회장은 2024년 VCM에서 국내 경제의 저성장과 글로벌 경기 침체, 국내외 정치적 이벤트 등으로 과거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뒤 그룹 전체가 경영환경 변화를 주시하며 민첩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었다.

반면 올해는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라며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더욱 엄중해진 상황만큼 그룹 전체에 주문하는 내용도 달라졌다. 지난해 불확실성에 대응해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면 올해는 핵심사업의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그룹의 역량을 쏟는 방향을 내부로 향하게 한 셈이다.

신 회장은 이번 VCM에 참석한 CEO들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촉구했다.

◇ '선택과 집중' 기조 지속, 그룹 체질개선 방점

신 회장은 올해 그룹이 다양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지난해 인수합병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성장전략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올해 제시한 경영방침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신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으로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VCM에서는 각각 네가지 경영방침을 꼽았었던 만큼 경영방침의 집중도도 높아졌다.

지난해 경영방침을 세부적으로 보면 2024년 상반기에는 △산업 내 선도적 입지 확보 △글로벌 사업 확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종합적 리스크 관리 등을 꼽았고, 2024년 하반기에는 △기존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에서의 안정적 수익 창출 △미래 성장을 위한 고부가 사업 확대 △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 등을 제시했다.

올해 경영방침과 비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외형확장의 부재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미래 성장을 위한 고부가 사업 확대 등의 사업확장 전략 대신 내부 체질개선에 방점을 찍은 경영방침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경영방침에 깔린 신 회장의 메시지는 그룹 체질개선을 향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 수립'을 제시한 이유는 내수 비중이 높은 롯데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해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롯데그룹은 지난해 내수경기가 침체된 상황 속에서 백화점, 마트 등의 해외사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경제와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롯데그룹의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해외시장 개척이 꼽힌다.

'도전적 목표 수립'은 그동안 지속해온 수익성 개선 작업의 속도를 더 높이려는 경영방침으로 보인다. '사업구조 혁신'도 전통적 사업 모델의 한계를 벗어나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 회장도 "과거의 연장선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목표를 수립하는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도전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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