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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 100년의 유산]옥수수에서 발견 '친환경 소재', 바이오매스 사업 연결②'이소소르비드' 국내 최초 개발, 폴리카보네이트 이어 접착제로 용도 확장

윤종학 기자공개 2025-01-20 07:54:01

[편집자주]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은 국내 대표 장수기업이다. 창립 초기에는 식품과 섬유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지만 현재는 식품과 화학, 의약바이오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101살이 된 삼양그룹은 각 부문의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을 키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삼양그룹의 지난 100년 역사를 통해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과정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스페셜티 사업의 개발 배경 및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14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소재로는 '이소소르비드'가 있다. 이소소르비드는 옥수수 등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100% 바이오매스 기반의 친환경 소재로 플라스틱, 도료 등의 생산에 쓰인다. 이는 그동안 삼양그룹이 식품과 화학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면서 쌓아올린 노하우를 합쳐 만들어낸 연구의 결정체다.

이소소르비드 사업은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이노켐이 맡고 있다. 앞서 주력으로 생산하던 비놀페놀A 업황이 악화되며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면 이소소르비드 사업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해당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전기차 모터용 접착제 등 용도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분당 사업에서 발견한 소르비톨, 국내 최초 이소소르비드 개발로 연결

삼양그룹은 식품사업과 화학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사업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융합 과제를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취급하는 전분당이 식품 소재 외에 제철, 골판지 제조 등 산업용 소재로도 활용 가치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1988년 생분해성 필름 개발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원료로 전분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이소소르비드 상업화 공장 전경. <이미지=삼양그룹>

이 가운데 플라스틱 생산에 쓰이지만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는 비스페놀A(Bisphenol A, BPA)가 없는 BPA-Free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BPA를 대체할 바이오BPA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삼양그룹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바이오매스(자연 유래 자원) 기반으로 친환경적이면서도 기존 플라스틱의 물성을 유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했다.

전분당 사업 소재인 옥수수를 오랜 기간 연구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옥수수에는 흔히 포도당이라고 불리는 글루코스 성분이 전분형태로 존재한다. 이 글루코스를 탈수 반응시키면 '소르비톨'이라는 다기능성 물질이 나오게 된다. 친환경적 특성과 바이오 소재로 활용 가능성이 높아 식품, 의약품, 화장품, 화확 등에 두루 사용된다. 삼양그룹은 소르비톨을 기반으로 BPA 대체재로 활용도가 높은 이소소르비드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소소르비드는 옥수수 등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100% 바이오매스 기반의 친환경 소재로 플라스틱, 도료 등의 생산에 쓰인다. 이소소르비드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투명도, 내구성, 내열성, 내화학성 등이 뛰어나 전자제품과 자동차 내외장재, 식품 용기, 건축 자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외에 정밀화학 분야에 적용하면 천연 화장품 원료, 친환경 에폭시 수지 원료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삼양그룹은 2009년 이소소르비드 연구개발에 착수한 뒤 2014년에 이르러 고순도의 바이오매스 소재인 이소소르비드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2022년에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소소르비드 대량 생산을 위한 상업화 공장을 준공했다.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이소소르비드 공장은 2만3000㎡ 규모로 연간 생산량은 1만5000톤에 달한다.

삼양그룹은 이소소르비드 공장 건설 이후 소재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연구에 매진했다. 2021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바이오매스 기반 생분해성 PC(폴리카보네이트) 및 부품 개발’ 과제를 총괄하는 주도업체로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이소소르비드를 활용한 바이오매스 기반의 PC와 이를 활용한 자동차용 내장재 부품 상용화를 추진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설비 효율화를 통해 이소소르비드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시장 성장에 따라 증설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이소소르비드 같은 바이오 소재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간 생산량을 3~4만톤까지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이노켐, BPA시장 축소 돌파구 스페셜티서 찾는다

삼양그룹 내에서 화학 스페셜티 소재인 이소소르비드 생산을 맡고 있는 계열사는 삼양이노켐이다. 2009년말 삼양홀딩스와 일본법인인 Mitsubishi Corporation간에 체결된 합작투자계약에 의거해 비스페놀A(BPA)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BPA는 주로 폴리카보네이트(PC) 플라스틱과 에폭시 수지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다. 다만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분류돼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수요가 감소해 업황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삼양이노켐의 매출도 2021년 5613억원에서 2022년 3858억원, 2023년 2756억원 등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삼양이노켐이 BPA의 대체재인 이소소르비드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이소소르비드 상업화 공장이 2022년말 준공돼 아직 실적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진 않지만 BPA에서 이소소르비드로 사업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소소르비드는 BPA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기반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환경 규제와 소비자 요구에 따라 점진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삼양이노켐은 이소소르비드 사용처를 확대해 사업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이소소르비드는 시장 초기인 만큼 판넬, 광학용필름, 자동차 내외장재, 모바일 악세사리 등 기존 폴리카보네이트 사용처에 주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접착제 시장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삼양이노켐은 최근 이소소르비드 기반의 전기차용 모터코어 접착제를 개발했다. 삼양이노켐이 개발한 접착제는 고효율의 전기차 모터에 요구되는 접착력, 열안정성, 내유성이 기존 제품보다 우수해 전력손실과 소음발생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고온 경화가 필수적이었던 기존 제품과 달리 상온 경화가 가능하고 저장 안정성이 뛰어나 모터 제조 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이소소르비드 시장 자체가 아직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BPA에서 이소소르비드로 체질 전환하는 과정"이라며 "새로운 용처인 모터코어 접착제는 현재 국내 제조사를 통해 양산화돼 2개 차종에 적용됐으며, 올해 국내외 다수의 차종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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