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그 이후]DB하이텍, 풍부한 유동성 발판 재투자 '자신감'②CAPEX·신사업 자금 배정 확대…유동비율 400%, 투자유치도 열어둬
김소라 기자공개 2025-01-21 08:12:37
[편집자주]
기업은 전략적으로 분할을 결정한다.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방식으로 나뉜다. 각기 분할 의도나 목적은 제각각이나 기업 성장이라는 장기 방향성은 동일하다. 가치 재평가, 재무 융통성 확대, 사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후속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하나였던 몸체가 둘로 나뉘는 만큼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 3년간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 100여 곳 이상이 분할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이 당초 도모했던 기대 효과가 실현되고 있는지 THE CFO가 이들의 밸류 및 재무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7일 13시1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이 사업 저변을 원활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영업현금 창출 역량을 발판 삼아 신규 분야로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전력 반도체 사업이 대표적이다. 기존 8인치(200mm) 웨이퍼 중심 파운드리 양산 구조를 보다 고도화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DB하이텍은 별도 차입 부담 없이 이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풍부한 현금 유동성이 바탕이 됐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높은 현금 여력이 설비 확충 등 재투자를 위한 든든한 원동력이 됐다. 앞서 장기간 이어진 적자 구조로 채무 상환에 허덕였던 초창기 궤적과 비교하면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다.
DB하이텍은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물량 증대를 위한 설비 투자를 꾸준히 집행하고 있다. 올해 매월 반도체 웨이퍼를 15만8000장 수준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역량(CAPA)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2년 대비 약 12% 더 증가한 규모다. 이를 위해 최근 몇 년 간 총 7500억원 이상을 자본적지출(CAPEX)로 배정했다.

신규 사업 확대 목적의 투자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DB하이텍은 기존 8인치 파운드리 양산 고도화를 위한 전력 반도체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고전력 소자인 탄화규소(SiC)·질화갈륨(GaN) 기술을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근래 관련한 비용 지출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의 약 8%인 640억원을 연구개발 자금으로 소요했다.
당해 CAPEX 집행은 다소 더디게 이뤄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1012억원을 캐파 확장에 투입했다. 연초 제시한 목표분의 약 56% 수준이다. IT 기기 수요 하락에 따른 반도체 업황 부진 영향 등으로 투자 집행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당해 말 향후 3년에 걸친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새롭게 발표하며 중장기 투자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현금 여력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외부 투자자 유치 등 소요 자금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12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시장 진출도 염두하는 만큼 추후 인수합병(M&A) 등 저변 확장 시나리오도 열어두고 있다. 이처럼 여러 사업 확장 안을 타진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자금 조달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유보 자금은 넉넉한 편이다. 지난해 DB하이텍 연결 유동비율은 400% 수준에 근접했다. 단기적으로 상환 대응이 필요한 차입분 대비 현금 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당해 3분기 말 연결 순현금이 6530억원이다. 현금 수혈이 원활히 이뤄지며 동 수치를 크게 내렸다.
영업을 통한 여유 자금 확보가 주효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하이텍은 1500억원 규모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했다. 직전년도 반도체 업황 위축으로 영업 활동에 고전하며 순유출 상태로 돌아섰으나 1년 만에 분위기가 호전됐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등 실제 현금 창출력 지표는 후퇴했지만 운전자본 투자를 조절하며 여유 자금을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재고자산을 상당분 털어내며 현금 흐름을 창출했다.
이는 DB하이텍 초창기 상황과 비교하면 드라마틱한 변화다. 1997년 창립된 '동부전자'를 모태로 하는 DB하이텍은 이후 영업 손실이 장기화되며 존속 여부가 불투명했다. 대규모 차입분을 갚지 못해 한때 부채비율이 700%가 넘기도 했다. IT 기기 확산에 따라 2014년 첫 영업 이익을 거두며 점차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해 DB하이텍 연결 부채비율은 20% 수준을 유지하며 견조한 재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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