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바이오던스' 올라탄 제닉, 추가 상승 전망은마스크팩 열풍에 4년만에 흑자 전환 기대…물량 확보 및 추가 고객 발굴 '매진'
안준호 기자공개 2025-01-20 08:43:12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7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지난해 K-뷰티 기업들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높아진 실적 눈높이를 좇아 상반기까진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소비 경기 침체와 미국 수출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컸습니다.
마스크팩 생산 기업 제닉은 하락장 가운데서도 유독 존재감을 보인 곳입니다. 다른 제조사들과 달리 연말까지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보여줬는데요. 3000원대에 머물던 가격이 최고 2만900원대까지 올랐습니다. 지난해 상승률만 537%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해가 바뀐 현재 주가는 조정을 거쳐 2만원 중반 수준을 유지 중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편인데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한국 화장품 인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신규 진입하기에는 가격 수준이 높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Industry & Event
제닉은 국내 마스크팩 주문자생산(OEM)과 생산자개발(ODM) 분야 ‘원조’에 해당하는 기업입니다. 2001년 설립된 뒤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수용성 하이드로겔(hydrogel)을 적용한 마스크팩을 생산하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2010년대엔 탤런트 하유미씨를 기용해 마케팅에 성공한 자체 브랜드 셀더마 마스크팩 판매로 실적이 급등하며 코스닥 시장 입성에도 성공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제닉은 후속 제품 흥행에는 실패하며 하락세에 접어들었는데요. 2010년대 이후로는 자체 브랜드 대신 OEM, ODM 사업에 집중하며 사업 방향을 바꿨습니다. 2015년에는 반도체 화학 소재 제조사인 솔브레인이 창업주 지분 25.44%를 전량 인수하며 손바뀜이 일어났습니다. 다만 이후에도 2020년을 제외하면 줄곧 적자 흐름을 이어왔습니다.
10년 이상 고군분투하던 제닉은 K-뷰티의 해외 진출과 함께 다시 상승세를 탔습니다. 국내 커머스 기업 뷰티셀렉션의 주력 브랜드인 ‘바이오던스’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며 제조를 담당하는 제닉 역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실적 역시 달라진 모습을 보였는데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305억원으로, 전년(219억원) 대비 40% 가량 상승했습니다.
성장을 이끈 주역은 이번에도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입니다. 2023년 기준 90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3분기 약 170억원으로 늘었는데요. 매출 내 비중이 32%에서 56%까지 상승했습니다. 사업보고서 상의 숫자보다 실제 잠재력은 더 큰 수준으로 보여지는데요. 바이오던스 마스크팩 판매량이 워낙 폭발적이다 보니 지난해에도 지속적으로 증설이 이뤄졌습니다.
바이오던스 물량을 전부 제닉이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시작을 같이한 제조사는 엔코스입니다. 다만 인기가 해외까지 퍼져나가면서 제닉 측이 해외 수출 물량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2분기 즈음 첫 출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생산에 착수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700만장이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가 바뀐 현재는 생산 라인을 모두 가동해 더욱 생산량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쟁 제조사인 엔코스는 최근 경영권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일각에선 M&A가 이뤄지는 가운데 제닉 측이 맡은 제조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실제로 초기보다 비중이 늘어나며 대다수 해외 수출 물량을 제닉 측이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Market View
부진이 오래 이어진 기업인 만큼 최근 작성된 기관 리포트는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하나증권의 박은정 연구원이 선제적으로 기업에 주목해 2건의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10월 작성한 리포트 제목은 ‘9년 만의 화려한 비상’인데요. 바이오던스 마스크팩의 특장점과 제닉의 역할에 주목해 목표주가를 3만50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두 번째 리포트는 3분기 실적 리뷰를 담았습니다. 당시 회사는 분기 매출액 151억원, 영업이익 2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요. 연간 기준 매출액 1300억원, 영업이익 333억원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북미와 동남아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며 가동률 상승이 돋보인다”며 “다양한 품목으로의 수주 및 고객군 확대도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커버한 보고서는 많지 않지만 증권업계의 관심은 뜨거운 편입니다. 최근엔 솔브레인 계열 투자사인 나우IB캐피탈이 KB증권 PE본부와 컨소시엄을 이뤄 화장품 ODM 제조사인 이시스코스메틱을 인수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솔브레인 경영진도 화장품 사업 확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이 증권업계 의견입니다.
◇Keyman & Comments
현재 제닉의 경영은 솔브레인홀딩스 부사장인 허남 대표이사가 맡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취임한 이후 3년째 키를 잡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휴메딕스 전무를 지냈고 솔브레인홀딩스에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맡았습니다. 부임 초기엔 화장품 업계 출신 인사들과 공동 경영을 맡은 적도 있지만 최근 2년 사이에는 단독 체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머지 이사진에도 솔브레인 인사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솔브레인홀딩스 경영본부장을 역임했던 강창규 솔브레인 전무가 사내이사로 경영지원을 맡고 있고, 솔브레인 반도체 영업팀장을 맡았던 구병양 이사가 OEM·ODM 사업본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사외이사였던 김상범 전 서울반도체 부사장은 현재 감사를 맡고 있습니다.
더벨은 올해 실적 흐름과 주가 상황, 생산 계획, 향후 사업 전략 등을 묻기 위해 지난 16일 제닉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회사 측에선 사업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시된 보고서 등을 참고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IR 대응에 관해선 “일부 기관 탐방 이외엔 다른 질의는 받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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