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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전략 분석]후계자 지배력 확대자금 전가받은 머티리얼즈파크[솔브레인]②대규모 차입해 자사주 매입…소각시 정문주 부사장 지배력 상승

이민호 기자공개 2025-01-23 08:17:12

[편집자주]

2세에 대한 지분승계는 기업 오너들의 지상과제다. 승계기법은 결국 2세에게 지분 취득재원을 어떻게 또 얼마나 쥐여줄 수 있는가로 수렴한다. 그만큼 승계기법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거나 비지배주주에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theBoard가 각 기업의 승계 과제와 기법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0일 15시21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솔브레인그룹 후계자인 정문주 부사장은 머티리얼즈파크 잔여지분을 매입하는 자금을 머티리얼즈파크에 전가하고 있다. 머티리얼즈파크가 잔여지분을 자사주로 사들이는 방법이다. 머티리얼즈파크는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솔브레인홀딩스와 솔브레인 지분 대부분을 담보로 내놓고 대규모 차입을 떠안았다.

향후 머티리얼즈파크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머티리얼즈파크 주주는 정 부사장 1인으로 재편된다. 이렇게 되면 정 부사장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솔브레인홀딩스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을 기존 1.28%에서 3.14%로 끌어올릴 수 있다.

◇정호경 씨 지분 자사주로 매입…지배력 '지각 변동'


애초 머티리얼즈파크는 정지완 솔브레인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고(故) 정석호 이사(지분율 59.39%·23만4000주)와 장녀인 정문주 솔브레인홀딩스 전략기획실장 부사장(40.61%·16만주)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었던 회사다. 2020년 정 이사가 작고하면서 정 이사 지분은 장녀인 2013년생 정호경 씨가 상속받았다.

하지만 이후 정 씨 지분은 조금씩 줄었다. 2022년말 20.17%(7만9480주)에 이어 2023년말 7.74%(3만480주)로 하락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 때문으로 보인다. 정 씨는 상속받은 솔브레인홀딩스 지분과 솔브레인 지분도 장내에서 일부 매각했다. 솔브레인홀딩스 지분율은 상속 직후 2.41%(23만2102주)에서 지난달 20일 기준 0.15%(3만2040주)로, 솔브레인 지분율은 상속 직후 2.41%(18만7680주)에서 이번달 10일 기준 1.72%(13만3940주)로 각각 하락했다.

출처: 머티리얼즈파크 감사보고서(2024.04.02)

정 씨가 보유한 머티리얼즈파크 지분을 사들인 곳은 머티리얼즈파크다. 머티리얼즈파크가 정 씨 지분을 자사주로 사들이는 데 쓴 돈은 2022년 495억원과 2023년 157억원을 합해 652억원에 이르렀다. 2023년말 자사주 비중은 51.65%(20만3520주)로 상승하면서 정 부사장 지분율(40.61%)을 역전했다.

머티리얼즈파크는 솔브레인 중심의 특수관계자 매출이 받쳐주기 때문에 감사보고서로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2010년 이래로 한 번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을 만큼 기본적으로 이익 창출력이 양호하다. 하지만 정 씨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기 직전인 2021년말 현금성자산은 119억원이었으며 2022년과 2023년 영업이익은 121억원과 9억원이었다. 정 씨 지분 매입에 소요됐던 652억원을 충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500억 차입 불사…솔브레인홀딩스·솔브레인 지분 담보

출처: 솔브레인홀딩스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2024.12.20)

머티리얼즈파크는 무슨 돈으로 정 씨 지분을 사줬을까. 머티리얼즈파크는 핵심 자산인 솔브레인홀딩스 주식과 솔브레인 주식을 담보로 합산 500억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을 일으켰다. 솔브레인홀딩스에서는 보유주식 65만8808주 중 94%인 61만7067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250억원을 빌렸고 솔브레인에서는 보유주식 9만5378주 중 89%인 8만5000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250억원을 빌렸다.

출처: 솔브레인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2025.01.10)

주식담보대출을 일으키기 직전인 2021년말까지만 해도 머티리얼즈파크 차입금은 36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3.2%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 3월 솔브레인 주식을 담보로 일으킨 250억원이 유지되면서 2023년말 차입금은 480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46.2%로 수직 상승했다. 여기에 솔브레인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일으킨 250억원이 더해진 것이 2024년 5월이므로 2024년말 차입금의존도는 50%를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향후 머티리얼즈파크가 정 씨가 보유한 잔여지분 3만480주(7.74%) 전량을 자사주로 매입한다면 얼마가 더 필요할까. 2023년말까지 머티리얼즈파크는 정 씨 지분 20만3520주를 사는 데 652억원을 썼다. 이를 역산하면 주당가치로 32만513원을 매겼다. 이 주당가치를 잔여지분(3만480주)에 적용하면 98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머티리얼즈파크가 2024년 들어 솔브레인홀딩스 주식까지 담보로 끌어와 250억원을 추가 차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문주 부사장 솔브레인홀딩스 실질지배력 상승…재원 부담 '제로'

그동안 머티리얼즈파크는 화학재료 제조나 리튬폴리머 전지용 전극 제조 등 영업 외에 사모펀드(PEF)에 대한 간접투자와 비상장사 지분에 대한 직접투자로 이익을 발생시켜왔다. 간접투자 사례로는 계열사 나우아이비캐피탈이 2017년 조성한 나우1호기업재무안정PEF와 2018년 조성한 나우2호기업재무안정PEF가, 직접투자 사례로는 미국 체외진단회사 아크다이어그나스틱스(ARK Diagnostics) 지분 60%(304억원)가 대표적이다. 아크다이어그나스틱스 지분은 솔브레인홀딩스가 402억원에 사가면서 머티리얼즈파크에 98억원의 차익을 안겨줬다.

하지만 2022년부터 차입금까지 끌어와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면서 간접투자와 직접투자가 끊겼다. 2022년 공유오피스 운영회사 스테이션케이 지분 33.33%에 12억원을 투자한 게 전부다. 2023년의 경우 투자 사례가 없었다.


그럼에도 정 부사장이 얻는 실익은 크다. 정 부사장이 정 씨가 보유한 머티리얼즈파크 지분(23만4000주) 전량을 직접 매입하려면 750억원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머티리얼즈파크가 막대한 차입금을 떠안으면서까지 자사주로 매입하도록 전가했다. 만약 머티리얼즈파크가 정 씨 잔여지분 3만480주(7.74%)를 모두 사들인 다음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면 머티리얼즈파크에 대한 정 부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40.61%에서 100%로 수직 상승한다. 정 부사장으로서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머티리얼즈파크에 대한 지배력을 모두 갖는 것이다.

정 부사장의 머티리얼즈파크에 대한 지배력 상승은 솔브레인홀딩스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 상승으로 연결된다. 현재 솔브레인홀딩스에 대한 머티리얼즈파크 지분율은 3.14%이지만 머티리얼즈파크에 대한 정 부사장 지분율이 40.61%이므로 솔브레인홀딩스에 대한 정 부사장의 실질적인 지분율은 1.28%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머티리얼즈마크에 대한 정 부사장의 지분율이 100%가 되면 솔브레인홀딩스에 대한 정 부사장의 실질적인 지분율은 3.14%로 올라간다. 정 부사장으로서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솔브레인홀딩스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을 1.87%포인트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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