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07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 개발은 시간과의 전쟁이다."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 행사 기간 중 만난 국내 바이오 기업의 대표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얘기했다. 미국 글로벌 무대에서 비즈니스 논의를 진행할 정도면 유의미한 개발 성과를 창출해낸 기업들임에도 모두 시간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 세계 수많은 바이오텍들이 동일한 계열의 약물을 활용해 동일한 질병을 타깃으로 신약을 개발한다. 누가 먼저 치료제를 임상 단계에 올려놓느냐 또는 다음 임상 단계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달라지고 생존이 좌우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이다. 유망한 후보 물질을 비싼 값에 사올수록, 임상 설계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수록 좋을 결과를 빨리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표현이 바이오 업계에도 명확히 적용된다.
심지어 시간이 갈수록 자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 분야의 1위 기술과 2위 기술 간 시간 격차는 약 3~4년 정도였으나 현재는 그 차이가 몇 달 차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 바이오 기업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끊임없이 자금을 투입해 추격을 따돌려야만 한다.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순환하기 위해서는 투자사 또는 대형 바이오기업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다행히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발표 현장에서 "25년 전의 서정진을 찾는다"고 말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의 자신과 같이 바이오 기업의 꿈을 꾸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사장 역시 오리온그룹으로의 매각을 통해 마련된 자금 약 6000억원을 투자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들은 글로벌 기업에 대한 모든 투자 가능성을 열어 놨다. 외국 기업에 투자가 이뤄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국내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풍부한 자금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봐줄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얼어붙은 바이오 시장에서 묵묵히 투자자들을 기다려온 이들에게도 훈풍이 불어올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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