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ETF 질주]'ACE' 올라탄 서학개미, 3위 각축전 본격 돌입③새 브랜드 정체성 확립…시장환경 변수로 작용할까
박상현 기자공개 2025-02-14 11:07:06
[편집자주]
ETF가 금융투자업계의 핵심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펀드 명가'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2022년 ETF의 아버지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대표로 영입했다. 배 대표는 마케팅 역량을 확충하고 미국 빅테크 상품을 앞세웠다. 정체했던 ETF 점유율은 3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더벨은 한투운용의 ETF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6일 10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2022년 취임사에서 마케팅과 상품 개발을 상장지수펀드(ETF)의 두 축이라 강조했다. 그해 6월 한투운용은 마케팅 조직을 정비하고 9월 ETF 리브랜딩을 단행했다.한투운용의 두 번째 발걸음은 자연스레 상품 개발로 향했다. 배재규 대표는 이듬해 ETF운용본부를 신설했다. '미국'과 '인공지능(AI)'이라는 'ACE' ETF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입히기 시작했다.
한투운용은 2024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점유율 경쟁이 치열했던 가운데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이 2배 넘게 증가했다. 연말께, ETF 점유율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한투운용은 KB자산운용과 3위 각축전을 진행하고 있다. 도전자 포지션인 한투운용이 아직은 열위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27일과 지난달 21일, 3위를 잠시 맛봤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투운용의 ETF는 해외·주식형의 비중이 큰 반면, KB운용은 국내·채권형 비중이 높아서다.
◇ETF운용 조직 신설, ACE 방향성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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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은 2023년 1월 ETF운용본부를 새롭게 편제했다. 한투운용은 ETF만을 위한 상품 개발과 운용 조직을 별도로 만들었다. 종전에는 멀티본부 아래 있었다. 멀티본부 산하 글로벌퀀트운용본부는 글로벌주식운용부로 이름을 변경, 글로벌주식운용본부로 넘어갔다.
한투운용은 남용수 한화자산운용 채널마케팅본부 CPC 기획팀 부장을 영입, ETF운용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남용수 본부장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금융공학 전문가다. 미시간 대학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마친 뒤 미국에서 퀀트트레이더로 활동했다. 2009~2015년 한화운용 퀀트리서치팀 운용역과 솔루션본부 멀티에셋운용역으로 근무했다. DGB자산운용에서는 금융공학본부 선임운용역으로 활동했다. 이후 한화운용에서 ETF운용팀장직도 맡았다.
금융공학은 수학적 분석 도구를 활용해 금융상품을 설계하는 학문이다. 패시브 ETF 시대가 도래하면서 최근 들어 더 주목 받고 있다. 기초지수라는 정량적 지표를 추종한다는 점에서 금융공학적 지식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남용수 본부장을 영입한 이유도 이러한 연유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게 한투운용은 ACE ETF의 방향성을 본격적으로 확립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AI를 테마로 상품을 꾸렸다. ETF가 운용업계 중심으로 완연히 자리한 시기는 2010년대 중후반이지만 ETF 자체는 2002년 국내 도입됐다. 한투운용이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ETF로 선두주자와의 차별화를 내기는 다소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코로나19 이후 서학개미가 본격 등장, 미국과 AI 선호 현상이 나날이 확산되고 있었다.
◇미국 30년 장기채로 점프업, 3위 쟁탈전 본격화
한투운용의 대표적인 상품은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다.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 ETF는 국내 첫 미국 장기채 ETF로 당시 월배당 ETF 중 유일한 해외 채권형 상품이었다.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는 유독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많은 국내 투자자들을 겨냥했다. 현재 두 상품의 순자산규모(AUM)는 각각 약 1조9400억원, 8200억원이다.
국내 최초 미국 장기채 ETF인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을 두고 상장 타이밍이 결과적으로 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출시 당시 미국 연준의 금리는 4.5~4.75%다. 2022년 3월 0.25~0.5%에서 최종 5.25~5.5%까지 올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인상기 막바지였다는 의미다. 실제 2024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늘어나, AUM이 1조2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한투운용의 AUM은 지난 한해 약 7조2000억원 늘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가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2024년 12월 27일. 한투운용은 KB운용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KB운용이 오랫동안 유지한 ETF 점유율 3위를 한투운용이 처음으로 차지하면서다. 비록 단 하루 만에 다시금 3위를 탈환하기는 했으나 한투운용의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투운용은 이후 지난달 21~23일에도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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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과 KB운용의 ETF는 확연한 성격 차이를 보인다. 한투운용은 해외와 주식형 비중이 높은 반면, KB운용은 국내와 채권형에서 강세를 보인다. 4일 기준 한투운용의 전체 AUM은 14조1674억원(7.78%)이고 KB운용은 14조3284억원(7.87%)다. 근소한 차이인 만큼 특정 자산의 성과에 따라 두 운용사가 3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시장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주요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시장은 해외·주식형 상품 비중이 높은 한투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들어 미 증시의 고점론이 대두되고 있다. 시장이 작년만큼 한투운용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KB운용의 'RISE 머니마켓액티브' ETF는 지난달 AUM이 5809억원 늘면서 국내 ETF 월간 순자산 증가액 3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전후로 시장 불안감이 확대되고 설 연휴도 긴 탓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국내 대기자금이 안정성이 보장된 단기금융상품 쪽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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