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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임팩트] 토종 AI 반도체, '홀로서기' 한계 직면리벨리온 이어 퓨리오사AI M&A 타깃, 한국 생태계 조성 변수

김도현 기자공개 2025-02-14 13:21:31

[편집자주]

중국에서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가 화제다. 고성능 GPU 없이 자체 기술 개발로 저비용 고성능 오픈소스 언어모델을 선보여 시장 고정 관념을 뒤집었다. 실제 성능과 개발 비용에 대한 의혹도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와 기업 평가에 미친 영향은 만만치 않다. 엔비디아 같은 관련 기업 역시 주가 등락, 개발 기술 재주목 등 영향을 받았다.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도 분주히 대응에 나선 오픈AI의 움직임 등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가 불러온 충격파에 노출될 국내 기업 현황을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3일 15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엔비디아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엔비디아가 만드는 반도체가 AI 서버 핵심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빅테크들은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딥시크의 행보는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 대안으로 떠오르는 기업들도 주목을 받는다. 주문형반도체(ASIC),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을 다루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국내에서는 여러 NPU 스타트업이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 희망으로도 여겨진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로 독자생존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인 만큼 투자 유치가 불가피한데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기술력을 갖춘 곳은 인수합병(M&A) 가능성이라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곳은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체 칩' 노리는 메타의 승부수

13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퓨리오사AI 인수를 추진 중이다. 단순 소문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기술 검증 단계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정해진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퓨리오사AI는 2017년 설립된 곳으로 삼성전자, AMD 등에서 근무한 백준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리벨리온 등과 국내 유망한 AI 반도체 기업으로 꼽힌다. AI 서버에서 가속기 역할을 하는 NPU를 개발한다.

*퓨리오사AI의 '레니게이드' 소개하는 백준호 대표

NPU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가속기 대항마다. 이름 그대로 그래픽 전용인 GPU 대비 NPU는 태생부터 AI용으로 비용, 전력효율 등에서 우위로 평가받는다.

현재 퓨리오사AI는 1세대 '워보이'에 이어 2세대 '레니게이드'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미 국내외 고객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퓨리오사AI를 노리고 있는 메타는 AI 모델 '라마' 중심으로 체질 개선 중이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 칩 개발까지 나섰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퓨리오사AI를 품어 관련 역량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양사는 수년간 협업을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레니게이드를 선보이면서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보다 60% 나은 전력 효율성을 갖췄다"며 "메타의 라마2, 라마3 등 고급 AI 모델을 대규모 배포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메타 입장에서는 딥시크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 챗GPT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 구글 '제미나이' 등과 경쟁이 심화한 시점에서 또 다른 '메기'가 나타난 탓이다. 더욱이 딥시크는 앞선 업체들과 달리 하위 버전 반도체로 AI 모델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성비에서 격차가 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러한 마이너스 요인을 NPU로 뒤집고자 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 시급한 퓨리오사AI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NPU는 첨단 공정이 필요한 제품이어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퓨리오사AI는 작년 투자 유치에 착수했으나 원하는 수준의 금액을 확보하진 못했다. 때마침 메타가 접근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추정된다.

퓨리오사AI 측은 "아직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퓨리오사AI 최대주주는 백 대표로 18.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초기 투자자로 합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퓨리오사AI가 시리즈C 브릿지 투자 당시 인정받은 몸값이 8000억원 내외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반도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퓨리오사AI가 가치를 인정받은 건 긍정적이나 국내 생태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진단이다. 정부 차원에서 AI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대표주자인 퓨리오사AI마저 지원 부족으로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스타트업이 홀로서는 데 너무 척박한 환경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리벨리온이 사피온과 합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수익화가 어려운 AI 반도체 특성상 고급 인력을 유지하면서 투자를 이어가기는 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퓨리오사AI는 다양한 국책과제에 참여할 정도로 안팎의 기대가 컸다. LG, 네이버, 카카오 등과도 실질적인 협업이 있었다. 그럼에도 독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데 한계가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AI 반도체 시장에 위기기 감지됐다"며 "올해와 내년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때 매출 발생 등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 피인수되거나 고사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파운드리, 국내 고객 이탈 우려

이같은 흐름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잠재적 고객이 사라질 수 있어서다.

반대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첨단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업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셈이다. 퓨리오사AI의 경우 워보이는 삼성전자에 맡겼다면 레니게이드부터 TSMC로 갈아탔다. 수율(완제품 중 양품 비율) 등 기본적인 요소에 더해 고객 관리 부분도 TSMC가 앞섰다는 평가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와 동맹을 지속하고 있지만 TSMC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합병사인 사피온은 진작부터 TSMC와 손을 잡았다. 실제로 리벨리온은 신규 제품에 대해 TSMC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멀티 파운드리 전략 차원이라지만 첨단 공정 고객이 많지 않은 삼성전자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외 AI 칩 스타트업들도 삼성전자에서 TSMC로 '환승'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궁극적으로 이들이 퓨리오사AI처럼 외국 자본에 종속될 확률이 높아진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계와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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