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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 리테일 스케일업]인출기 맞은 은퇴자산, 월지급 상품으로 공략②고령화되는 인구구조에 맞춤형 처방…금리 높은 ‘글로벌’행

황원지 기자공개 2025-03-05 17:03:39

[편집자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리테일 시장에서 단연 눈에 띈 플레이어다. 공모, 사모펀드 판매고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만 14조원을 넘게 키웠다. 더벨은 글로벌 운용사와의 협업, 월배당 펀드 출시, 리테일 역량 질적 강화 등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08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상품의 또다른 키워드는 ‘월지급’이다. 인구구조 고령화에 따라 자산 인출이 필요한 고객이 늘어나면서 목돈을 넣고 매월 배당금을 받으려는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에는 배당금을 원화가 아닌 달러화로 받는 상품도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월지급 상품의 기초자산은 대부분 글로벌 채권으로 채웠다. 코로나 이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면서 국내 채권보다 미국 채권의 수익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해외 운용사와의 협업으로 더 높은 수익률의 상품을 제공해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월지급 하이일드 펀드 ‘주력’...은퇴자산 노린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판매 잔고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공모펀드다. 지난 몇 년간 공모 시장이 축소되면서 대부분 판매사들의 공모펀드 판매 잔고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공모펀드 판매 잔고를 6조원 가까이 늘렸다. 2023년 말 10조29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조3341억원으로 60% 가까이 상승했다.

증가세의 대부분은 채권형, 재간접 펀드에 집중됐다. 지난해 말 채권형펀드 판매잔고는 1조5981억원으로 2023년 말(9387억원) 대비 거의 6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재간접 펀드도 약진했다. 재간접 펀드의 작년 말 판매잔고는 2조8285억원으로 2023년 말(1조2193억원)과 비교해 1조6000억원 늘었다.


채권형, 재간접 펀드에 집중된 배경에는 ‘월지급’이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상품본부의 주력 키워드 중 하나는 ‘월지급’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AB월지급 글로벌고수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이 상품을 7000억원 넘게 판매했다. 이 펀드는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에 투자해 나온 현금흐름을 매월 지급한다.

한국투자증권 투자상품본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한국투자증권이 드라이브를 거는 상품의 공통점은 글로벌이라는 점도 있지만, 월지급 형태라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미래 먹거리로 주력하고 있는 3대 자산(글로벌 자산, 은퇴자산, 디지털자산) 중 은퇴자산을 공략하는 행보다. 박재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은 “이제 은퇴 자산을 쌓는 고객만큼이나 찾아서 쓰는 고객이 많아졌다. 연금을 인출하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령화되는 인구구조에 맞춰 목돈을 맡기고 매월 배당을 받는 구조인 월지급 상품이 필요해진 것이다.

베어링글로벌하이일드 월지급식 펀드도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대규모로 판매한 상품 중 하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펀드를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약 500억원 이상 규모로 리테일에서 판매했다. 이 펀드 또한 북미와 선진 유럽 지역 하이일드 등급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고수익 채권이지만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춘 상품이다. 연환산 기준 배당률은 7% 내외로, 매월 분배금을 지급한다.

실제 고객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PB는 “지난해 주력으로 판매했던 글로벌 하이일드 월지급 상품들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금리가 고점었던 작년 들어온 고객들은 이자수익에 자본차익까지 챙기면서 매월 분배금 지급을 받으면서도 기준가 상승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AB 월지급글로벌고수익의 1년 수익률은 6.91%다. 여기에 매월 분배금을 더하면 실질 수익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금리역전 현상에… 월지급도 ‘글로벌’로

한국투자증권이 발굴한 월지급 상품들은 대부분 투자지역이 글로벌이다. 이는 코로나 이후로 미국과 한국 기준금리 역전 현상 때문이다.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로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내 채권보다 미국 채권이 신용등급과 기대수익이 모두 높다.

박 전무는 “과거에는 미국 채권이 우리보다 신용도는 좋지만 금리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게 역전이 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채권의 상품성이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채권형 상품 발굴에 집중한 이유다.


공모펀드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로도 월지급식 상품을 여럿 출시했다. 지난해 글로벌 운용사들과 협업해 만든 사모펀드 상당수가 월지급으로 설계됐다. 사모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해 여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월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지난 6월 출시한 ‘한국투자월지급식아폴로ADS’와 9월 내놓은 ‘한국투자글로벌월지급식골드만삭스BDC’ 모두 월지급식 상품이었다.

올해 2월에도 아폴로자산운용과 협업해 ‘한국투자글로벌월지급식아폴로ABS 2호’를 출시했다. 세 펀드 모두 미국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BDC는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중소기업에 대출이나 에쿼티로 투자하는 전문투자기구다. 대부분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만큼 미국에서도 이자율이 높은 편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매월 분배금으로 지급한다.

최근에는 환율을 고려해 월 배당금을 달러화로 지급하는 펀드도 내놓았다. 지난 28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한국투자MAN다이나믹인컴월배당 펀드(USD)’다. 이 펀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만(MAN) 그룹의 ‘MAN 다이나믹 인컴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펀드로, 저평가된 글로벌 채권 자산에 분산투자한다.

또다른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환율이 크게 변동하면서 원화자산은 보유하고만 있어도 가치가 계속 하락했다.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달러화 자산을 보유할 수 있도록 매월 분배금을 달러화로 지급하는 구조의 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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