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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 리테일 스케일업]해외투자 특명, 글로벌 운용사 협업으로 풀었다①칼라일·아폴로 통해 사모사채 상품 공급…타사와 전략 ‘차별화’

황원지 기자공개 2025-03-04 10:18:45

[편집자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리테일 시장에서 단연 눈에 띈 플레이어다. 공모, 사모펀드 판매고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만 14조원을 넘게 키웠다. 더벨은 글로벌 운용사와의 협업, 월배당 펀드 출시, 리테일 역량 질적 강화 등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6일 13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넘기면서다. 성장의 기반이 됐던 건 자산관리(WM) 부문이다. 지난해 개인고객그룹의 관리자산은 전년대비 26% 증가한 14조4000억원이 늘었다. 기존 강점인 IB뿐만 아니라 WM의 성적도 고르게 올라오면서 확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자산관리부문 확장의 키워드 중 하나는 글로벌이다. 글로벌 상품 공급은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개인고객그룹장 시절부터 역점을 두고 진행해온 사업이다. 단순히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파는 데 그치지 않았다. 기관의 전유물이던 해외 사모사채 투자 기회를 리테일 고객에게도 제공하면서 타사와 차별화된 전략을 펼쳤다.

◇그룹 역량 모은 글로벌 위원회, 컨트롤타워 역할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공격적인 글로벌 상품 라인업의 배경에는 ‘글로벌 위원회’가 있다. 공식적으로 사내 직제상 있는 조직은 아니지만,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주요 임원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전해진다. 일종의 상품 위원회로, 여기에서 글로벌 상품의 출시 전체 과정을 관장한다.

단순히 실무 부서에 글로벌 상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하는 수준을 넘어 위에서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다. 위원회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어떤 상품이 필요한지 전망을 공유하고, 출시가 예정된 상품의 기대효과와 리스크를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 그룹사 차원에서 고객에게 어떤 상품이 필요할지 고민해 전략을 실시간으로 가다듬는 것이다.

글로벌 위원회를 통해 시범적으로 나온 상품이 대출담보부증권(CLO) 펀드다. CLO는 그간 기관투자자에게만 투자 기회가 제공되던 자산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를 리테일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게 개발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을 통해 해외의 기업 담보대출채권을 공급받았고, 이를 묶어 사모펀드로 만들었다. 200~300개가 넘는 채권을 엮어 일부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상품에는 문제가 없는 구조로 설계했다.

CLO 펀드는 타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지난해 고액자산가 사이 인기를 끌었다. 안정적인 두자릿수 수익률을 공급받을 수 있는 중수익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한국투자칼라일CLO 1호 펀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4호 펀드까지 출시했고, 올해 초 5호 펀드까지 합쳐 누적 1500억원이 넘는 사모펀드를 지난해 리테일에 공급했다. 다만 보다 넓은 고객층을 위해 기획했던 CLO 공모펀드는 작년 말 당국 승인에서 고배를 마셨다.


◇한국투자증권만의 차별점 ‘해외운용사 협력’

한국투자증권의 글로벌 상품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해외 운용사와의 협업에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투자 상품이라 하면 미국에 투자하는 ETF나, 공모펀드를 생각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해외 운용사와 직접 제휴를 맺어 사모사채를 구조화한 브로들리신디케이트론(BSL) 상품을 발굴했다. 지난해에는 헤밀턴레인, 아폴로, 파트너스그룹, 뮤지니치, 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글로벌 운용사와 협업해 만든 기업금융 펀드가 끊임없이 리테일에 공급됐다.

가장 많은 상품을 낸 건 아폴로자산운용이다. 2024년 6월 처음으로 손을 잡고 첫 월지급식 상품인 ‘한국투자글로벌월지급식아폴로ADS’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약 300억원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말에는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한국투자글로벌아폴로대체자산’을 설정해 리테일 대상으로 판매를 진행했다. 올해 초에도 월지급식 2호 펀드를 출시, 3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모았다.

칼라일그룹과는 앞서 나온 CLO 펀드를 5호까지 출시했다. 골드만삭스와는 9월 ‘한국투자글로벌월지급식골드만삭스BDC’ 펀드를 내놓아 약 26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았다. 파트너스그룹과는 지난해 7월 펀드를 내놓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그룹GlobalValue’도 약 260억원 규모로 리테일에서 판매됐다.


해외 운용사와 협업 기반을 다진 건 김성환 대표(사진)다. 김 대표는 개인고객그룹장 시절 해외 출장을 다니며 국내 고객에게 소개할 만한 상품이 있는지 시장조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상품 강화라는 방향성을 세웠다.

직접 해외 운용사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개인고객그룹장 시절 수십곳의 해외 운용사를 찾아가 한국투자증권의 판매 역량을 어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스티펄 파이낸셜(Stifel Financial Corp)과의 전략적 제휴와 2023년 11월 칼라일자산운용과의 제휴도 김성환 대표의 작품이다. 김 대표가 수년 전부터 세웠던 계획이 2024년부터 실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리테일에서 상당량의 상품을 소화하면서 글로벌 운용사들의 기류에도 변화가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매월 1조원, 1년간 10조원 단위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다. 공급한 상품이 성황리에 판매를 마치자 글로벌 운용사들도 한국시장의 잠재력을 높여잡으면서 더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에도 글로벌 투자 기회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가까운 상품으로는 다음달에 베어링자산운용과 협업을 통해 미국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한다. 이 상품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아폴로자산운용과 협업해 만든 월지급식 펀드와 비슷한 구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제휴을 맺은 글로벌 운용사와의 협업을 통해 BSL 상품을 꾸준히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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