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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 리테일 스케일업]'그룹사 지원사격' 손익차등형 펀드, ‘킬러 상품’ 됐다③한국투자증권 단독 판매…고객 수익률 제고 효과

황원지 기자공개 2025-03-06 08:22:31

[편집자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리테일 시장에서 단연 눈에 띈 플레이어다. 공모, 사모펀드 판매고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만 14조원을 넘게 키웠다. 더벨은 글로벌 운용사와의 협업, 월배당 펀드 출시, 리테일 역량 질적 강화 등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10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타사와 차별화된 한국투자증권만의 상품 중 하나는 손익차등형 펀드다. 한국투자그룹 계열사들이 손실을 먼저 인식하는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개인 고객에게 안정적인 상품을 제공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만 단독 판매하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봤다.

계열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번갈아가며 상품을 내놓았다. 지난해 주목받았던 글로벌 테크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펀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밸류업이나 K-산업 등 국내 펀드도 일부 출시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에도 손익차등형 펀드를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다.

◇한투그룹 차원 선제적 지원으로 차별화된 상품 제공

한국투자증권이 계열사의 손익차등형 펀드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건 2023년이다. 손익차등형 펀드는 2023년 초 VIP자산운용이 출시했던 상품을 시작으로 업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당시 국내 증시가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손실 가능성을 줄이고 싶은 고객들의 요청이 쏟아지면서다.

손익차등형 펀드는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자를 나눠 수익을 인식하는 방식을 달리하는 펀드다. 운용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일정 상한까지는 선순위 투자자가 먼저 인식하고, 손실이 났을 땐 후순위 투자자가 먼저 인식하는 구조다. 대신 일정 상한 이상 수익이 나면 후순위 투자자가 더 많이 분배받을 수 있다. 리테일 고객이 선순위 투자자가 되고, 기관이나 운용사 자기자본이 후순위 투자자 역할을 맡는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비롯한 산하 계열사가 후순위 투자자로 직접 나섰다. 첫번째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이었다. 이 펀드는 인공지능(AI)·반도체·전기차·바이오·명품·우주경제·클라우드 등 7개 신성장 테마에 투자한다. 수익률 마이너스(-) 15%까지는 후순위인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인식하고, 수익 10%는 고객에게 우선 배당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리테일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약 3주간 판매를 진행해 총 919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후순위 투자 출자분까지 포함하면 전체 운용 규모는 1080억원 수준이다.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단일 펀드로 눈에 띄는 성과였다. 업계 관계자는 “하방이 막혀있는 상품이라 관심을 가진 투자자가 많았는데, 한국투자증권에서만 판매하다 보니 신규로 거래를 튼 고객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나서 준 그룹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당시 손익차등형 펀드가 인기를 끌었지만, 모든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내놓지는 않았다. 후순위로 들어갔을 때 잘못되면 자기자본 손실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증시가 저점이라고 보고 지금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과, 이때 고객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상품을 내겠다는 의지가 모두 필요하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한투운용-한투밸류운용 바톤터치’... 총 8개 펀드 출시

첫번째 펀드의 성공 이후 계열사를 번갈아가며 손익차등형 상품을 출시했다. 두 달 뒤인 2023년 10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한국밸류 K-파워’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도 -15%까지 후순위 투자자가 손실을 반영하고, 이익의 10%까지는 선순위가 먼저 인식하는 구조다. 투자 대상은 국내주식 및 국내 ETF로 미래 모빌리티·K-컬처·테크·헬스케어·미래 에너지·지배구조·딥밸류까지 총 7개 테마다. 후순위 투자자 역시 그룹사가 맡으면서 한국투자증권에서 단독 판매했다.

2024년에도 연이어 상품을 내놓았다. 1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한국투자글로벌AI빅테크’를 출시했고, 3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바톤을 이어받아 ‘한국밸류AI혁신소부장’을 모집했다. 한국투자글로벌AI빅테크의 경우 글로벌 AI 기업에, 한국밸류AI혁신소부장은 국내 AI 밸류체인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다만 상반기와 하반기의 차이는 있었다. 증시 상승기였던 4월과 6월에는 두 운용사 모두 펀드를 내놓았다. 4월 26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주도산업과 해당 산업군 내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한국투자삼성그룹성장테마’ 펀드로 577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했다. 이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6월 밸류업 기업에 투자하는 ‘한국밸류기업가치포커스’로 678억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하반기부터는 거의 상품이 나오지 않았다. 증시 하락에 투심이 얼어붙으면서다. 9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삼성그룹&글로벌성장테마’ 펀드가 유일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가장 먼저 출시됐던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의 경우 지난해 말 목표수익률 20%를 달성하면서 3년 만기가 돌아오기 전 조기 상환을 끝냈다. 이외에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출시했던 ‘한국투자글로벌AI빅테크’, ‘한국투자삼성그룹성장테마’, ‘한국투자삼성그룹&글로벌성장테마’ 모두 현재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AI혁신소부장, 한국밸류기업가치포커스’는 여전히 손실 구간이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올해에도 손익차등형 펀드 출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하자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한국투자미국경제주도산업’ 펀드를 내놓았다. 이 펀드도 약 3주간 판매해 총 711억원을 모집했다. 한투그룹의 후순위 출자금까지 포함하면 운용자산은 총 830억원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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