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조 증자]금감원 1호 중점심사, 조단위 유증 나침판 된다증자비율·할인율 등은 특이점 없어…당국 '소액주주·조달 규모' 고려
김슬기 기자공개 2025-03-19 08:08: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15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의 유상증자 조달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삼성SDI 유상증자를 첫 번째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 향후 프로세스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삼성SDI의 경우 중점심사 선정 기준에 부합한다기보다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 크게 봤다는 입장인 만큼 향후 조 단위 딜을 진행할 때 비슷한 절차를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삼성SDI의 증자 비율이나 할인율 등은 2020년 이후 있었던 조 단위 유상증자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조달 규모가 2조원 가량이기 때문에 주주 권익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부분에 대해서만 잘 소통이 된다면 조달 일정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 조 단위 유증 대비 증자 비율 낮아
17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삼성SDI를 유상증자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삼성SDI 설립 후 첫 유상증자인 데다가 약 2조원가량을 조달하는 등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SDI 주주가 많다는 점도 심사 대상이 된 이유로 꼽았다. 소액주주 수는 2024년말 기준 39만여명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유상증자 심사개선 방안을 발표했고 삼성SDI가 첫 대상이 된 셈이다. 금감원은 △주식가치 희석화 우려(증자비율, 할인율)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신사업 투자 등, 경영권 분쟁발생) △ 재무위험 과다(한계기업 등) △ 주관사의 주의의무 소홀(IPO 실적 과다 추정, 기업실사 소홀) 등 중점심사 대상 기준으로 제시했다.
삼성SDI의 경우 공개된 선정 기준에 부합한다기 보다는 증자 규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경우 현재 발행주식수 대비 증자비율은 16.8%, 할인율은 15%로 제시했다. 2020년 이후 조 단위 유상증자 현황을 보면 증자비율 평균은 40.41%였다. 증자비율이 99%였던 대한항공(2021년)을 제외해도 35% 정도다.
할인율의 경우 평균(20%) 대비 낮게 책정됐다. 할인율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자율화되어 자유롭게 산정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시장 혼란과 기존 관행 등을 고려해 과거 '유가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규정은 일반공모방식 유상증자는 할인율 30% 이내, 제3자배정 증자는 10% 이내로 정하도록 했다.
최근 유상증자 진행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던 현대차증권, 이수페타시스, 차바이오텍의 경우 할인율은 각각 15%, 15%, 23%로 제시했었다. 이들의 증자비율은 현대차증권 77.72%, 차바이오텍 34.16%였다. 이수페타시스의 경우 유상증자 발표 당시 제이오 인수를 위해 31.79%의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철회하면서 증자비율이 16.07%로 낮아졌다.

◇조달 규모가 핵심, 중점심사 속도전 예상
결국 금융당국은 시장에 미치는 여파 등을 고려, 삼성SDI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조달 규모에 따라 금감원의 잣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상증자 당위성을 주주들에게 어떤 식으로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SDI의 조달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경우 CAPA(생산능력)가 LG에너지솔루션의 40% 정도고 SK온 대비해서도 작은데 상위권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캐파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대응했던 측면이 있다"며 "올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이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 적기 투자하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유상증자 집중심사 대상이 되면 발행사는 일주일 내 심사를 받게 되고 이후 필요에 따라 최소 1회 이상 대면 협의가 진행된다. 금감원 측은 대면 협의가 진행되더라도 큰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이라기보다는 발행사와 당국 간 원활한 소통과 오해를 줄이기 위해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선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이 적기 조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질문에는 "기업이 자금 조달은 당연히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증자 스케줄을 고의로 늦출 의도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주관사단도 금융당국의 강화된 심사기조를 고려,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사항'을 증권신고서에 기술했다. 삼성SDI는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 대상 1대 1 미팅과 더불어 오는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중계해 주주와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소액주주 전담 콜센터도 운영, 권리 행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계획대로라면 4월 15일에 1차 발행가액이 결정되고 5월 12~16일까지 신주인수권증서가 상장거래된다. 5월 22일에는 확정발행가액이 결정되고 5월 27~6월 3일까지 청약이 이뤄진다. 6월 19일에는 신주가 상장, 자금조달이 완료될 예정이다. 금감원의 심사에 따라 향후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발행사들이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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