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 속 들어 선 제일기획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제일기획 자사주 매각, 3세 후계구도 정리 암시
문병선 기자공개 2014-12-01 08:28:39
이 기사는 2014년 11월 28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기획이 삼성전자에 자사주를 넘긴 건 삼성전자의 분할 작업이 임박했다는 의미 외에도 그동안 제외돼 있던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수년간 진행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풍랑 속에 발을 담그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2013년 후반부터 연이어 터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자본거래에서 제일기획은 무풍지대였다. 2002년 삼성카드가 제일기획 주식을 소폭 늘린 것을 빼곤 지난 15년여간 제일기획의 주주현황이 바뀐 적도 없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제일기획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150만 주(10%)를 사들이면서 지분을 기존 2.61%에서 12.61%로 늘리는 거래는 제일기획이 설립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주주변화다.
제일기획 주주 변화는 이 사장을 빼곤 설명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후계구도 정리와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분석이다. 이 사장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과 함께 제일기획을 함께 경영 중이다. 이 사장은 늘 3세 시대가 도래하면 삼성그룹의 패션 사업 및 광고 사업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돼 왔던 인물이다. 이번 자사주 거래는 이 사장의 지시 또는 결재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운 딜이라는 점에서 그도 이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회오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제일기획이 삼성전자에 넘긴 자사주는 후일 삼성홀딩스에 넘어갈 가능성이 큰 지분이다. 지분 이동 과정과 거래의 예상 구조는 이렇다.
먼저 삼성전자는 삼성전자홀딩스(투자사업회사)와 삼성전자(사업자회사)로 인적분할한다. 인적분할을 하면서 삼성전자홀딩스는 분할 전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가져 간다. 이번에 넘긴 지분을 포함해 제일기획 지분(12.61%)도 삼성전자홀딩스가 가져간다. 삼성전자홀딩스 아래에는 삼성전자, 삼성SDI, 제일기획 등이 배치된다. 추후 삼성전자홀딩스는 올해 12월 상장하는 제일모직과 합병한다.
이 사장 남매는 제일모직 대주주다. 이 부회장은 25.1%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8.37%를, 이 사장은 8.37%를 갖고 있다. 제일모직이 삼성전자홀딩스와 합병을 하면 3남매는 합병법인 지분을 각각 8%, 2.8%, 2.8% 씩을 갖게 된다. 지분율은 줄어들더라도 주식 가치로만 보면 각각 3조 원, 1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 거래가 완료되면 제일모직 주요 주주인 이 사장은 자회사로 제일기획을 거느리게 된다. 현재 이 사장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제일기획'으로 이어지는 5단계 출자를 거쳐 제일기획을 지배한다. 거래 후 이 사장은 '제일모직(삼성전자홀딩스 합병 법인)→제일기획'으로 단순화된 출자구조에 의해 제일기획을 경영할 수 있게 된다. 계열분리가 용이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물론 이런 예상은 추론이긴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교적 폭넓게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시나리오다. 재계 관계자들은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의 지분 이동이 시작됐다는 건 삼성그룹 3세 후계구도 정리도 시작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해 왔다.
제일기획의 자사주를 기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에 넘기지 않은 점도 이 시나리오의 설득력을 높인다. 삼성물산은 제일기획 지분 12.64%를 가진 최대주주다. 지금의 지배구조를 유지한 채 제일기획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기 위해선 삼성물산이 나설 수도 있었으나 삼성전자가 나섰다. 이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가 3세들의 후계구도 정리 작업과 연관성이 있는 거래라는 걸 말해준다는 지적이다.
제일기획 측은 "경영 안정성 강화 및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매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제일기획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판단하는 임직원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제일기획은 과거에 변화가 많지 않았던 계열사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일기획의 지배구조가 추후 어떻게 변할 지도 이제 관심사가 됐다"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성이 이제는 이서현 사장과 이부진 사장을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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