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금채·정금채·중금채의 운명은 은행권, 보유 물량 줄일 가능성 높아..산업.기업銀, 조달비용 상승 불가피
이 기사는 2010년 06월 25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젤Ⅲ의 도입으로 자금조달에 가장 큰 애로를 받을 은행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산업은행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발행한 금융채가 고유동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 수요처인 은행들이 투자를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산금채(또는 정금채)나 중금채의 보유 물량을 줄이면, 그만큼의 새로운 투자자를 찾거나 발행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산금채나 중금채의 조달금리 상승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경우 타 은행과 달리 예금 수신기반이 거의 없는 상황. 대부분 자금이 채권 발행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 산금채.중금채도 고유동자산에서 제외
바젤Ⅲ 초안에 따르면, 국가, 중앙은행, 공공기관, 다자간 개발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보유량의 100%가 은행의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된다. 이는 모두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이어서 바젤Ⅲ에서도 안정성과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채권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이라 하더라도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은 고유동성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위기 시에 금융권의 시스템리스크가 확대되면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은 안전한 유동성으로 보기 힘들다는 경험이 반영됐다. 바젤Ⅲ 하에서는 은행채가 회사채보다 유동성이 부족한 채권이 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기업은행도 공공기관이긴 하지만, 바젤Ⅲ 규제 초안은 금융기관이 발행한 모든 채권을 고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젤Ⅲ는 특수은행 시스템이 없는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규제"라며 "이머징마켓의 특수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들, "산금채+중금채 보유비중 줄일 것"은행들은 바젤Ⅲ가 초안대로 도입될 경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산금채와 중금채 비중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더벨이 국내 은행들의 1분기 업무보고서를 토대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7개 시중 은행들이 보유한 특수은행채(산금채+중금채+수은채)는 7조1천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산금채와 중금채각 각각 3조8천억원과 2조9천억원으로 은행들이 보유한 특수은행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2조2,000억원으로 산금채와 중금채를 가장 많이 보유했다. 국민은행이 1조8,000억원으로 신한은행의 뒤를 이었다. 외환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각각 400억원과 100억원을 보유해, 상대적으로 산금채와 중금채의 비중이 적었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바젤Ⅲ가 도입되면 은행들은 유가증권 포트폴리오에서 산금채와 중금채를 비롯한 은행채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국채나 회사채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으면서 유동성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도 힘든 산금채와 중금채에 대한 보유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산업銀.기업銀, 조달비용 상승 불가피
은행들의 산금채와 중금채 투자가 위축되면 이들 채권의 조달 비용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재 산금채와 중금채 발행 잔액은 104조원 정도다. 이 중 약 7%인 7조원을 시중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연기금, 보험 등 다른 수요처들이 있지만, 은행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면 산금채와 중금채의 기존 위상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리스크관리(RM) 부장은 "바젤Ⅲ 초안을 큰 방향성에서 보면 은행들이 산금채와 중금채에 대한 비중을 줄이게 될 것"이라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조달 비용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 은행의 산금채와 중금채 보유 비중이 전체 발행 잔액의 7% 정도에 불과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연기금과 보험, 투신권의 금융채 수요가 시중 은행들의 금융채 비중 축소를 완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유동성 강화를 위해서만 산금채와 중금채를 보유하는 게 아니다"면서 "은행의 내실을 다지면서 좋은 레이팅을 유지한다면 발행비용 상승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결국 산금채, 중금채가 고유동성자산군에서 빠져 위상이 하락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프레드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고유동성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해당 채권에 대한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산금채와 중금채의 금리 스프레드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저리의 외화자금을 조달해 스왑을 통해 원화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파생상품 포지션 규제로 외화조달을 무한정 확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 산업銀.기업銀, 영업에 발목
산금채와 중금채의 발행 비용이 상승할 경우 산은과 기은은 당장 영업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관측됐다.
산은과 기은은 자금 조달을 주로 채권발행에 의존하고 있다. 시중 은행과 비교해 지점 기반이 취약해 예금 수신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마저 상승하면 수익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민영화 과정에서 산금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예금 비중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기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조달비용이 올라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기업은행은 자금조달에서 채권발행 의존도가 커 영업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