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oyalty(충성, 의리)’란 가치는 어딘가 결여돼 있다. 정의나 공정함처럼 그 자체가 선(善)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그래서 종종 영화에 맹목적 군신관계가 등장하면 숭고하다는 생각보단 의아한 마음이 든다. 저 신념의 이유가 뭘까. 묻지않는 충성은 비합리적이고 때론 윤리에서 멀어져 있다.소위 ‘국뽕’이 지나치면 찜찜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애국은 거룩하지만 자기도취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러니까 자아를 국가에 투영하는 것은 구시대적 로열티로 보인다. 나라에 대한 충성을 이상한 데서 발현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지난 달 제96회 아카데미 어워즈 후보가 발표됐다. 총 23개 부문이 있는데 보통 주연상과 각본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이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는 이중에서 작품상, 이 영화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은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CJ ENM이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와 공동 투자배급한 영화다. 배우 유태오 씨, 한국계 미국인 그레타 리가 주연을 맡았다. 셀린 송 감독 역시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아무튼 한국 영화로 봐도 무리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CJ ENM은 영화사업을 두고 꽤 질타를 많이 받았다. 지난해 기대작을 여럿 내놨지만 전부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진이란 말을 쓰긴 조심스럽다. CJ ENM이 제작한 영화가 아카데미에 입성한 것은 2020년 <기생충>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수상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아카데미 레이스는 '오스카 프리커서(Oscar precursor)'라 불리는 다른 시상식들을 통해 대충 결과를 점칠 수 있다. 이변이 없다면 작품상은 <오펜하이머>, 각본상은 <추락의 해부>가 유력하게 짐작된다. 그래도 백인 선호가 매년 논란인 아카데미에서 다시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 대단한 성공이다.
배경에는 CJ그룹의 갈망이 있다. 원래부터 문화산업에 대한 오너일가 의지가 남달랐다. 미국 영화 전문매체인 할리우드리포트는 작년 말 이미경 부회장을 ‘엔터테인먼트 파워 여성 100인’에 선정하면서 “한국 영화와 TV를 세계적으로 키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성과가 자랑스럽다면 촌스러운 감상일까. 하지만 한류가 커질수록 문화가 지닌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한다.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이득이다. 2017년부터 5년간 한류가 끌어온 효과는 생산유발액 기준 37조원에 이른다. 김구 선생도 말하길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건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으니, CJ ENM을 칭찬하는 것은 이유 있는 국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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