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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김범석 의장에게 돌을 던지랴 thebell note

김현정 기자공개 2024-05-21 08:13:53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7일 08: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마존코리아의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선다면 제프 베이조스 의장도 총수로 지정돼야 할까? 아마존닷컴의 계열사 AWS·카이퍼시스템즈·홀푸드마켓 등은 물론 전세계 수많은 해외계열사까지 공정거래위원회 관리대상으로 묶일까? 지배구조가 깔끔하기로 유명한 아마존의 수장 베이조스는 “아니 한국은 대체 왜 이런걸…?”이라며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최근 김범수 쿠팡Inc 의장의 총수 미지정을 놓고 얘기가 많다. 3년 간 방법을 찾던 공정위는 결국 ‘사익편취 우려가 없으면 법인이 총수’라는 결론을 내놓았고 이를 두고 역차별론, 쿠팡봐주기법에 이어 동일인 폐지론까지 들끓는 분위기다.

공정위의 동일인 제도는 재벌기업의 순환출자, 친족경영, 사익편취 등 대기업집단의 경제적 집중을 규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김 의장은 여기에 빗겨 있는게 맞아 보인다. 쿠팡은 앞서 잠시 등장한 아마존과 지배구조가 유사한 형태로 꽤 단순명료하기 때문이다.

미국 NYSE에 상장된 지주회사격 쿠팡Inc는 그 아래 자회사들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자회사는 또 손자회사를 100% 지배하고 있기에 친족경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애플, 테슬라, 아마존, MS도 마찬가지 구조다. 이런 해외 저명한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들어본 적이 없는 이유다.

쿠팡은 ‘소유·경영 분리’의 가장 강력한 장치로 꼽히는 이사회도 국내 여느 기업 못지 않게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과반수 이상이 사외이사가 아니라 김 의장을 제외한 6명 이사 전부가 사외이사다. NYSE 규제에 따라 이사회내위원회는 모두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이는 국내 규제보다 더 보수적이다. CEO는 위원회에 결정권이 없으며 아예 회의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CEO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른바 '한가닥'하는 사람들만 모여있다. 김 의장이 엇나갈 때 "그건 아니지"라며 직언할 수 있는 '지식과 사회적 명망' 모두를 갖춘 이들이다. 국내 경쟁사인 신세계, 롯데쇼핑의 이사회를 보면 관료나 법조계, 국세청, 교수 출신들로 가득하다. 커머스업 혁신을 위한 적절한 조언과 전략제시, 감독과 견제가 가능한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신생기업이라고 다 지배구조가 깔끔한 게 아닙니다.” 쿠팡은 아무래도 새 기업이니 지배구조가 단순할 수 밖에 없지 않냐고 서두를 뗀 필자에게 한 지배구조 전문가가 한 말이다. 신생기업이라서, 강력한 NYSE 규제를 따르다보니, 혹은 국내 규제를 면피하려는 노력에 의해 지금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해도 결론은 벼르고 벼르던 공정위마저 김 의장을 총수로 부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깔 데 없는' 지배구조를 만든 쿠팡의 노력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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