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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 부재와 인수합병 [thebell desk]

신민규 벤처중기2부장공개 2024-07-10 10:50:15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8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장비업체가 글로벌 기업과 굵직한 공급계약을 맺었다. 시장 반응이 다양했다. 장비업계 수장 모임에선 '쾌거'로 평가했다. 선진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냈다고 칭찬했다.

동종업계 외연을 조금 넓히면 저가수임 아니냐는 지적이 들린다. 라인에 들어갈 챔버 구성품 등을 감안할 때 저마진으로 승부했다고 자체 결론을 내린다. 일반 장비업계까지 넓히면 "장비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라는 최악의 평가절하 상황에 직면한다. 새로운 기술이라면 곧 따라잡힐 테고 차별화는 얼마 못갈 거라는 악담이 이어진다.

시장 반응이 희석되는 근본적인 배경은 원천기술 부재에 대한 자격지심 탓으로 보인다.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독창적인 기술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물론 사례로 든 기업은 다년간 해외 기술기업과 공동개발을 해왔다. 공급장비 역시 커스터마이징 방식이라 흉내내기 어려운 구조를 갖췄다. 본업에 충실한지 30년 넘은 회사다. 원천기술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도 한우물만 판지 오래됐다. 상당한 기술이 축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코스닥 업계에선 사례 기업과 같은 행보는 매우 드문 일이다. 상당수 소부장 기업은 기술육성보다 인수합병(M&A)에 더 관심을 가진다. 빨리 인수해서 실적에 보탬이 될 기업찾기에 더 혈안이 돼 있다. 원천기술은 10년이상 공들여야 하는데 그때까지 본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애매한 곳이 많다. 부친이 물려준 가업이 아닌 이상 쉽게 포기하는게 현실이다. 고만고만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 천지다.

인수한 기업이라도 기술육성에 관심을 가지면 다행이다. 현실은 1년 단위 손바뀜이 잦다. 내부에서 얼마나 연구개발을 강조했을지 알 수 없다.

기술면에서 가장 독보적이어야 할 기술평가기업의 상황은 더 노골적이다. 상장과 동시에 아예 인수합병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다. 공모당시 약속했던 실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보니 내놓은 대책이다. 외형을 일단 키우고 보는 식이다.

기업을 인수하면 연결기준 감사보고서상 실적이 함께 반영된다. 별도로 보면 아직 제자리 걸음이지만 인수효과만으로 실적 비난을 피해갈 수 있는 셈이다. 인수한 기업이 잘될수록 본업에 대한 연구개발 의지는 줄어들 여지가 있다. 업계 일각에선 코스닥 기업의 연결 실적을 아예 무시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시간과 돈, 기다려줄 수 있는 문화. 코스닥 기업은 원천기술 육성을 위한 제반여건이 부족해 보인다. 실적에 대한 조급함이 큰 편이다. 원천기술을 논하는 것은 천진난만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논리다.

어떤 기업으로 성장할 것인지는 판단의 자유다. 다만 장기성장 관점에서 원천기술 확보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지간한 기술이 단기간에 따라잡힌다고 보면 시장에서 격차를 낼만한 기술 개발이 불가피하다. 우직하게 사업을 일군 기업을 깎아내리기 전에 자기 기업부터 돌이켜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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