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Red & Blue]손바뀐 제주맥주, 100억 유증 밀리며 '투심 위축'감자 이후 장중 '52주 신저가', "정상화 시간 필요…자금조달 최우선"

홍다원 기자공개 2024-09-05 07:45:3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3일 15:4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최대주주가 변경된 제주맥주 주가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무상감자로 거래가 정지된 이후 첫 거래일인 8월 27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20.56%(1030원) 하락한 3980원에 장을 마감했는데요. 이후 9월 2일에는 장중 52주 신저가인 3040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건 유상증자 납입이 지연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제주맥주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3월 19일부터 8월 30일까지 총 일곱 번 정정했습니다.

제주맥주는 지난 3월 19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와 함께 100억원의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지와이투자조합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습니다. 발행되는 신주는 931만987주, 최초 납입일은 5월 30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투자 유치가 밀리면서 유상증자 납입일이 여러 번 변경됐습니다. 가장 최근에 정정한 유상증자 납입일은 8월 30일이었지만 9월 30일로 한 달 더 밀렸습니다. 자금 조달의 주체인 제3자배정 대상자도 기존 지와이투자조합에서 '코리아인베스트1호투자조합'으로 변경됐습니다.

수차례 유증 납입일이 지켜지지 않은 데다 이번 유증이 완료되는 대로 또 손바뀜이 일어나는 상황인 만큼 투자자들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Industry & Event

2015년 설립된 제주맥주는 수제 맥주 기업입니다. 2021년 5월 수제맥주 기업 중에는 처음으로 테슬라 요건으로 공모가 3200원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요. 설립 이후 9년 동안이나 적자를 이어온 자본잠식상태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본총계는 163억원으로 자본금(297억원)보다 적습니다. 결손금은 896억원에 달합니다. 올해 1분기 결손금보다 19억원 늘어났습니다. 무상감자에 나선 것도 결손금을 해결하기 위해서인데요. 통상 재무 구조가 안정화되지 않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방법대로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고 공시했습니다.

또한 유상증자 결정과 함께 전환사채권(CB) 발행,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발행 계획도 밝혔습니다. 유상증자 납입일은 물론 이들의 전환청구기간 일정도 뒤로 밀렸습니다. CB와 BW를 인수할 투자조합도 변경됐습니다.


물론 제주맥주가 자금 조달 계획만 밝힌 것은 아닙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신사업 계획을 밝혔는데요. 신사업으로 냉동김밥을 낙점했습니다. 기존 수제맥주 사업과 함께 F&B(식음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입니다.

제주맥주는 지난 7월 15일 냉동식품 제조·유통사 에이지에프의 지분 17.39%를 80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에이지에프는 냉동김밥 '바바김밥'을 판매하는 올곧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입니다.

에이지에프 지분 취득 공시가 나오기 전 거래일인 7월 11일과 7월 12일에는 제주맥주 주가가 각각 16%, 14%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7월 16일에는 다시 20% 이상 빠지면서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당시 냉동김밥과 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테마주로 묶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투자 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존 목표했던 에이지에프 지분 취득도 밀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제주맥주는 에이지에프 지분을 계약체결일부터 3영업일 이내 1차로 투자하고 8월 31일까지 남은 금액을 2차로 투자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투자 일정을 오는 9월 30일까지로 정정했습니다.

◇Market View

증권사에서도 이러한 상황 속 제주맥주의 밸류에이션을 명확하게 평가하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최근 제주맥주를 다룬 증권사 리포트는 찾아볼 수 없는데요. 제주맥주가 상장했던 2021년 5월 전후로 제주맥주라는 기업에 관한 설명과 앞으로의 전망을 담은 리포트 외에는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2021년 7월 키움증권은 제주맥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해당 보고서 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작성된 보고서라고 명시돼 있는데요.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제주맥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실제 제주맥주가 상장했을 당시 주목도가 높았습니다.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테슬라 요건을 통해 상장했기 때문입니다.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이후로 제2의 제주맥주를 꿈꾸는 기업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상장 당시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 및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 투자해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혔었는데요. 그러나 상장 이듬해인 2022년포화된 수제맥주 시장과 주류 트렌드 변화 등을 이기지 못하고 실적이 하락했습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0년 216억원에서 2021년 28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22년 240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2023년에는 전년대비 6.3% 줄어든 2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9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로는 비용 통제 등에 나서며 적자 폭을 줄였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 100억원, 영업손실 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75억원) 대비 50억원 감소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제주맥주의 키맨은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바뀌었습니다. 창업주인 문혁기 전 제주맥주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었을 당시 조은영 이사가 운영과 재무를 총괄했었습니다.

그러나 제주맥주 최대주주가 지난 5월 13일 더블에이치엠으로 변경되면서 신성현 대표가 경영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제주맥주는 7월 1일자로 재무와 지원을 총괄하는 이신근 이사를 새로 선임했습니다.

손바뀜과 함께 이신근 이사에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겨 제주맥주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려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신근 CFO는 홍익대학교 무역학과·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유통 기업의 재무팀에 몸담았습니다.


2006년 롯데홈쇼핑 재경팀, 영업전략팀, 해외사업팀을 거쳐 2014년에는 쿠팡 회계팀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어 신세계라이브쇼핑 재무팀, 한국전자인증 재경팀장을 거쳤습니다. 이후 비시드파트너스, 비브릭, 콘텐츠캐리어 등 기업에서 CFO로 일하다가 제주맥주 CFO와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신근 CFO에게 현재 제주맥주 주가 상황과 연기되는 유상증자 납입에 대해 직접 묻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대신 반기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선번호를 통해 제주맥주 IR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맥주 IR 담당자는 현재 주가 상황에 대해 "무상감자를 마친 이후 거래재개가 이뤄졌고 유상증자 납입일이 미뤄지면서 시장과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면서도 "적자가 누적된 시간이 길었고 당장 최대주주가 바뀐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계속되는 유상증자 납입 연기에 대해서는 "회사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과 투자 유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공시에 기입한 대로 납입일까지 유증을 마칠 것이고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지 않게끔 여러 시나리오를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습니다. 그는 "냉동김밥, 가정간편식 등 에이지에프와의 협업과 설화맥주 독점 유통 계약까지 경영진 교체 이후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고 이를 덜어내기 위해 IR 등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