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서스AI가 추구하고 있는 법률 시장의 혁신이 상식이 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최근 점심식사를 함께한 이재원 넥서스AI 대표의 말이다. 넥서스AI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무료 법률 상담 챗봇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소송·법률 관련 문의를 하면 챗봇이 24시간 답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돼 이른바 'AI 변호사'로 불렸다.
넥서스AI와 대륙아주가 함께 꾼 '혁신의 꿈'은 7개월만에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징계 절차 개시 등 지속적인 압박에 나서자 서비스 제공을 아예 포기했다. 지난 3월 AI 변호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이달부터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리걸테크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제2의 로톡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다. 변협은 법률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와도 8년간 갈등을 빚었다. 결국 법무부가 변협의 징계를 취소하며 일단락됐지만 그사이 로톡은 존폐 위기에 몰렸다. 변협과의 다툼이 벌어질 때마다 변호사 회원이 최대 4000명에서 2000명으로 반토막 났다. 피해액은 1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특히 오픈AI 등 글로벌 AI 챗봇에서는 변협의 제재 없이 여전히 간단한 법률 상담이 가능한데 국내 스타트업만 서비스 중단 압박을 받으며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리걸테크 업체 '렉시스넥시스'는 영어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이용해 만든 제품으로 이미 국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걸테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법률 데이터에 AI가 결합한다면 업무 효율성은 높아지고 생산성은 극대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자본이 몰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슨에 따르면 전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9000여개, 누적 투자 규모는 157억달러(약 2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7년에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356억달러(약 47조846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대형 로펌 김앤장, 광장, 화우 등이 법률 AI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변협 또한 리걸테크 서비스 징계를 검토하면서도 동시에 공공 AI 플랫폼 개발을 주장하는 것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파도'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막아설 수 없는 파도라면 잘 타야한다. 리걸테크를 막기 위한 고민은 무용하다. 리걸테크를 어떻게 수용할지를 논의할 때다. 문서 정리, 보완 요청, 판례 검색, 법률 연구 등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너무 늦지 않게 혁신이 상식이 되길. 일렁이는 파도를 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리걸테크 스타트업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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